매일신문

"건강해도 맞고보자" 대학생까지 독감접종

국립보건원이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생할 경우 독감(인플루엔자)과 혼돈될 것을 우려, 독감 예방 접종을 권장하는 바람에 대학생들까지 단체 접종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최근 계명대로부터 학생들을 일반 병.의원 접종비보다 싼 비용으로 단체 접종을 해 줄 것을 의뢰받았으나 보건당국의 지침(단체.출장 접종 금지 조치)을 이유로 거절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부 대학들이 단체 접종을 이미 하고 있어 학생들이 접종을 희망하는 것 같다"며 "독감 예방 접종에 대한 홍보가 잘못 이해되는 바람에 접종이 필요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아닌 대학생들까지 접종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는 모 병원과 단체 접종 계약을 맺고 지난달 말 교내 보건진료소에서 교직원, 학생 등 희망자 1천200여명에게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

대학측은 희망자들이 더 있어 오는 15일 추가 접종을 계획했으나 단체 접종 문제점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고 접종 중단을 검토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복지 차원에서 접종 사업을 했을 뿐"이라며 "단체 접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영남대도 영남대병원과 함께 지난달 중순 교내 보건진료소에서 교직원과 학생 등 모두 2천여명을 접종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에도 접종 사업을 실시, 600여명을 접종했으나 올해는 사스 여파로 접종자가 3배 이상 늘었다

박태순 대구시 보건과 보건예방담당은 "불완전한 여건, 응급상황 발생 등을 우려해 단체와 출장접종은 바람직하지 않아 제재하고 있다"며 "특히 건강한 젊은 사람들에게 독감예방 접종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시균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국립보건원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지난 8, 9월 두 차례에 걸쳐 독감 예방접종을 독려하는 공문을 전국 보건소에 보냄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사스 예방에 독감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는 줄 알고 오인 접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결국 이는 백신 품귀현상으로 빚어져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맞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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