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인천 국제공항에 잘못 써붙인 영어 안내문 몇 가지를 지적하고 앞으로는 영어로 무엇을 써붙이기 전에 반드시 교육 수준이 높은 미국인에게 한번 보여서 잘 된 것인지 확인하고 붙이라고 신문 기고문을 통해 충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인천공항 관계자 중 아무도 그 글을 읽지 않았는지 아직도 창피스러운 영어를 공항에 써붙이고 있다 한다.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민간단체가 최근 잘못 써붙인 영어를 전국에서 수집하여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웃기는 것은 역시 인천공항에 있었다 한다.
공항 화장실에 '사용한 화장지는 변기 안에 버려주세요'라는 말을 영어로 'Toilet paper in the bowl(화장지는 변기에)'이라고 써붙였다는데, 이것은 '변기 안에 화장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used toilet paper(사용한 화장지)'가 아니라 그냥 'toilet paper'라고 한데다가 구체적인 동사를 생략했기 때문에 '화장지가 변기 안에 있다'는 뜻인지, '화장지를 변기 안에 버리라'는 뜻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가 없이 제대로 하려면 'Please put used tissues in the toilet bowl'이라고 하는 게 좋다.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 안에 버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아마도 flush toilet(훌라쉬 토일렛―수세식 변기)을 써보지 못한 사람들이 오물이 묻은 화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안내문을 써붙인 모양이다.
비슷한 경우로, 어느 놀이공원 쓰레기통에 'Waste Please'라고 써있다고 한다.
이것도 'Dispose of waste here, please.(쓰레기는 여기다 버려주세요)'를 간단히 줄인 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발 낭비하세요'라는 뜻으로도 해석 될 수 있으므로 끝에 please는 빼고 그냥 Waste라고만 써붙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쓰레기통에는 대개 Waste 또는 Trash라고만 적혀 있다.
또 인천공항 에스컬레이터 타는 곳에는 'For your safety the Cart/Trolley does not get on this Escalator(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카트/트롤리는 이 에스컬레이터에 타지 않습니다)'라고 써붙였다 한다.
공손한 명령문을 써야하는데 평범한 긍정문으로 써놓아 좀 웃기는 안내문이 되었다.
위험하니 짐 싣는 카트나 유모차를 끌고 에스컬레이터에 타지 말라는 뜻으로 그렇게 써붙인 모양이지만, 그런 뜻이라면 'For your safety, please do not ride the escalator with carts or strollers'라고 썼어야 한다.
또 열차표 예매하는 곳에는 Advance라고만 써붙였다는데, 이것도 Advance Ticketing이라고 완전히 다 써주든가 아니면 Reservations(예약, 예매)라고 쓰는게 좋다.
한 유명 출판사가 만든 시사영어사전의 명칭은 News English Powerdic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 power와 사전이란 뜻의 dictionary를 합성한 신조어인 듯한데, 원어민들도 쓰지 않는 신조어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뜻이 속어로 powerful dick 즉 '변강쇠'를 연상시키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만 영어를 잘 모르면서 원어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엉터리 영어안내문을 마구 써붙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충고한다.
제발 영어 원어민에게 물어보고 영어 안내문 써붙이라고 말이다.
잘못된 영어 안내문을 써붙여 나라 망신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문화관광부에 영어 안내문 감수팀을 신설하여 모든 공공 장소에 써붙이는 영어 안내문은 반드시 이 팀의 감수를 받도록 제도화하면 된다.
물론 감수팀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영어 원어민을 고용해야 한다.
영어 안내문 감수제도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같이 생각될지 모르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영어안내문 원고를 문광부 감수팀에 e메일로 보내고 감수팀은 감수 결과를 e메일로 보내주면 된다.
문광부 감수팀이 생기기 전이라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화유 재미 작가, '이것이 새천년 미국영어다' 전10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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