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최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를 드린다"며 "지난 대선과정에서 SK로부터 비합법적인 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국민이 내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이같이 간곡한 어휘를 동원해 사과한 것은 한나라당만 불법자금을 쓴게 아니라는 기존의 자세를 계속 유지할 경우 싸늘하게 식은 여론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즉 노 대통령이 불법 자금을 쓴 것과는 별개로 한나라당이 진지한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SK비자금 전모에 대해 공개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않아 한나라당이 여전히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사과의 진실성을 의심케하는 것이어서 이날 사과로 한나라당이 차가워진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 대표의 이날 회견의 주조는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쓴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정치권 전체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불법 대선자금을 조성해왔으며 이를 모르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으며 역대 모든 대선이 그러했듯이 지난 대선자금의 불법 시비에서 자유로운 후보나 정당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관심의 초점을 SK비자금 사건에서 정치권 전반의 개혁과 완전 선거공영제, 기부한도 축소와 단일 계좌사용 등 그 방법론으로 옮겨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왕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이 문제가 된 만큼 정치권 전체의 정치자금 문제로 관심을 넓혀 한나라당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분산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 대표는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뒤 지난 대선당시 모든 후보와 정당의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사를 제안했다.
최 대표는 이와 함께 나라종금, 굿모닝시티,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사건, 선앤문 사건, 현대비자금,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 등 노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특검도 주장했다.
그는 "이들 사건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령 주변과 측근들의 비리는 불법 정치자금과 함께 한국 정치부패의 양대축인 만큼 권력비리는 덮은 채 우리 정치가 서기를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혼자서만 비리집단이라는 오명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비리사건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면 논란을 빚고 있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도 명쾌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특검이 이뤄질 경우 노 대통령의 도덕성을 기반부터 흔들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이 SK비자금 사건에서 탈출해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임 여부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측근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특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최 대표의 발언은 바로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사진: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7일 오전 SK비자금 관련 대국민사과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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