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여야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적이고 무제한적인' 특검제 실시를 들고 나옴에 따라 비자금과 대선자금 파문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실질적 여당인 우리당과 검찰이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나 단독으로 특검제를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면 특검제 실시가 가능해진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특검법안의 명칭은 'SK비자금 2천392억원의 사용처 규명 등 2002년 대선 관련 자금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며 골자는 SK비자금의 전체 규모와 사용처뿐만 아니라 현대비자금,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 시안을 이르면 27일 중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수사대상은 SK비자금과 현대비자금 문제뿐만 아니라 대통령 측근 인사의 향응.금품수수 의혹사건 및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100대기업 방문 및 모금내역 그리고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의혹사건 및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의혹사건 등 7가지다. 대통령선거 이후의 문제까지 다루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특검 도입 저의는 먼저 SK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에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형국을 반전시키려는 물타기 의도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특검 추진이 SK비자금 전모에 거의 접근해가고 있는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고 시간을 벌 수도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도덕성을 트레이드마크로 해 당선된 노 대통령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노 대통령의 존립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도 한 몫 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가 26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검찰의 수사는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고 공평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검찰로는 힘들다"고 한 것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현실판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진 대변인은 27일 "우리 당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노 대통령 역시 불법 대선자금이 드러나면 그것이 탄핵사유인지, 물러날 일인지, 재신임 투표에 맡길 것인지 법의 잣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타기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분석을 반영하듯 열린우리당은 즉각 물타기라고 반발하며 대대적 비판에 나섰다.
김원기 창당준비위원장은 27일 "한나라당이 불법대선자금에 국민이 분노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얕은 꾀에서 특검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해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는데 협조하는 것이 공당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검찰의 계좌추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특검제 도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치 않다. 찬반 양론으로 해석이 엇갈린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대표는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적인 특검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며 수용의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입장은 다르다. "정치권이 결단할 때까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윤태영 대변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해도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나라당의 입장은 특검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 대표도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대선자금 특검제 도입 요구를 '얕은 꾀', '후안무치', '음모'라며 맹공, 특검제 도입 전망을 불투명하게 했다.
신기남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자금세탁방지제를 개선하는 등 반부패 정치개혁입법을 위한 제도개혁에 충실하고 특검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경훈.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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