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뭐하러 갑니까? 컴퓨터가 친구인데". 지난 27일 오후 3시 칠곡군 왜관읍사무소 한켠에 마련된 컴퓨터방에서 할머니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컴퓨터 연습에 열중하던 김재필(63.왜관읍 왜관5리) 할머니는 "방금 구미에 사는 며느리에게 감기 조심하라고 e메일을 보냈다"며 자랑이다.
김 할머니는 지난 4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읍사무소 '인터넷 프라자'를 찾는 단골. 경로당 이야기를 꺼내자 "나이가 몇인데"라며 펄쩍 뛴다.
옆자리에 앉은 전정숙(61.왜관읍 왜관9리) 할머니는 이달초 등록한 새내기 학생. 한동안 타자연습을 하더니 "컴퓨터가 너무 신기하다"며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다.
"구미 형곡동에 사는 아들 집에 갈 때마다 손자들이 컴퓨터를 하는 걸 보고 너무 신기했어. 나이 들어 컴퓨터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는데 마침 읍사무소에서 공짜로 가르쳐준다는 말을 듣고 얼른 등록했지".
할머니와 주부들의 '컴맹탈출'을 도와주고 있는 김정희(39.약목면 복성리)씨는 "어른들이 컴퓨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재미도 남다르다"며 미소 짓는다.
평범한 주부였던 자신도 국가에서 가르쳐주는 컴퓨터교실을 마친 뒤 읍사무소 '인터넷 프라자'에서 개인지도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종일 노인과 주부들로 북적이다보니 왜관읍사무소에 마련된 3대의 컴퓨터는 쉴 틈이 없다.
칠곡군은 지난 2001년말 읍.면사무소에 '인터넷 프라자'를 마련해 컴퓨터 3대씩 설치했다. 처음엔 근처도 안오던 주민들이 점차 흥미를 가지면서 컴퓨터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칠곡군 이미경 정보담당은 "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기본이고 채팅까지 한다"며 "주민 컴퓨터 교실은 군청과 종합복지회관, 우체국,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곳곳에 있지만 최근 늘어나는 주민 수요를 보면 좀더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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