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지역 국민기초생활수급자(시설 수급자 제외)는 6만4천400여 가구에 11만5천900여명이었다.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6만5천500여 가구에 11만4천500여명이 됐다.
대상 가구는 1천100가구 가량 늘었지만 실제 수급자는 1천400명 정도 줄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1인 가구, 특히 홀몸노인들이 수급자로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로 포함된 노인빈곤층은 다행인 셈이다.
물론 끼니 정도만 거르지 않을 정도일 뿐. 극빈에 시달리는 노인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에 사는 장모(84) 할머니. 구들장이 무너져 내려 불조차 지필 수 없는 얼음장같은 골방에서 손자(23)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하나뿐인 아들은 손자가 여섯살 되던 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해 며느리조차 핏덩이 같은 손주를 버리고 집을 나가버렸다.
때문에 할머니는 십수년을 손자에 함께 어렵게 세상 풍파를 겪어오고 있다.
게다가 하나뿐인 손자도 그다지 조신하지 못해 직장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이직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할머니에겐 전혀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가슴앓이만 하게 만드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할머니의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책. 나이가 많은 데다 특별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 최상위 수혜자로 분류돼 있다.
그렇다 해도 지원 금액은 고작 3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가진 사람들에겐 새발의 피에 불과한 적은 지원금액이지만 생활을 꾸려가며 그마나 아끼고 아껴 조금씩 돈도 모은다.
그러나 단돈 몇만원이라도 모일라치면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 손자녀석이 불쑥 나타나 챙겨가 버리기 일쑤다.
희망을 잃어버린 할머니의 삶은 더욱 고단하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난방이 안되기 때문. 구들장이 내려앉은 지도 벌써 몇 해. 뻔한 살림살이에 수리비는 엄두도 못낸다.
누군가 가져다 준 전기장판에 의지해 또 한 해의 겨울을 나야 한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 탓에 차가운 날씨는 보통 힘겨운 게 아니다.
온갖 세상풍파에 시달여 온 할머니에겐 겨울의 혹한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인 손자의 방황기. 스물셋이란 나이에도 불구, 제 앞가림도 못한다.
얼마전에 취업했다는 직장도 또 그만 둔 모양이다.
그래서 할머니에겐 올 겨울이 유난히 더 추울지 모른다.
포항시 동해면에 사는 홍모(70)씨 부부는 집도 없이 친구 집에 얹혀사는 형편이다.
남부럽지 않는 세 아들이 있다.
그런데 든든할 줄만 알았던 아들들이 사업을 한답시고 온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특히 막내는 최근에 개인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낸 뒤 도피 중이다.
그나마 얼마 안남은 재산은 아들 보증에 날아갔고, 카드회사는 지금도 도망간 아들 대신 부모가 갚아야 할 것 아니냐며 수시로 독촉한다.
현재 노부부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인근 교회에서 지원하는 쌀과 생활비 등으로 친구 집 아래채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작은 교회도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최근 알려왔다.
남편 홍씨가 근처 시금치 밭에서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일당으로 1만~2만원 남짓 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 그것도 일거리가 고정적으로 있는 게 아니어서 보통 때는 근처 포구에서 작업후 버리는 잡어를 모아다가 손질한 뒤 시장에 내다팔아 하루에 4천~5천원 만들어 살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냈지만 아들이 셋이나 있고, 법적으로는 재산도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당장 올 겨울나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영천 고경면에 사는 김모(64)씨는 10여년 전만해도 마을 새마을협의회장을 역임하고, 시의원에 출마할 만큼 재력도 있었고 지역봉사 및 사회활동도 활발했었다.
물론 시의원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렇다고 삶이 힘겨워지는 난관은 아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사위가 경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났고, 카드 빚 등 3억여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보증을 선 김씨의 전 재산이 압류와 경매로 넘어갔다.
그나마 살던 집 전세금도 최근 빚을 갚는데 모두 탕진했다.
찬바람 피할 곳조차 없어진 김씨 부부는 현재 고경면 작은 사찰의 문간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부부 모두 고혈압.심장병.디스크 등을 앓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6세된 외손녀까지 맡아 키우고 있다.
금융거래불량자로 이름이 올라있기 때문에 통장도 모두 외손녀 명의로 거래한다.
그나마 최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는 바람에 한숨 돌렸지만 말 그대로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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