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반지의 제왕'으로 시작됐다.
세기 벽두인 2001년 시작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세계인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에서만 두 편으로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책도 100만부 이상 팔렸다.
왜 하필 21세기냐. 1950년대 영국의 J. R. R.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은 방대한 원작의 판타지. 그동안 영화로 그리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연필'을 찾지 못했다.
갖가지 종족에 '중간계'(Middle Earth)라는 독특한 공간을 그려낼 기술을 찾지 못한 것. 그러다 21세기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드디어 스크린에 옮겨질 수 있게 됐다.
이는 영화 '반지의 제왕' 탄생의 단순한 설명일 뿐이다.
왜 21세기에 중세풍 물씬 풍기는 판타지가 열풍을 불고 있는 것일까.
'판타지'(Fantasy)란 사전적 의미로는 '상상', '공상'의 뜻을 지니고 있다.
판타지 소설, 판타지 영화라고 할 때 판타지는 '유럽 중세 분위기의 사회에 신비한 생명체를 등장시킨' 한 장르. 왕국과 부족이 싸우고 마법과 변신술이 등장하는 것이 판타지의 기본 구도로 옛 '영웅전설'이 원형이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쓴 것은 신화가 없는 영국에 '영웅 신화'를 헌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국의 신화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가 고작. 통상 신화는 상상력이 생명이다.
그러나 아서왕의 절대적인 약점은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21세기 '판타지 열풍'은 바로 이 환상적인 상상력이 바탕이다.
무협지의 현란한 무술이나 판타지의 마법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등에 심취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신세대의 감수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김지하 시인은 현대를 '르네상스의 시대'라고 했다.
'르네상스'는 과거로의 회귀다.
판타지의 색채는 미래가 아닌 과거다.
그것도 숱한 전설과 신화가 탄생할 수 있는 중세. 100% 가상의 세계인 판타지가 숨겨놓은 교묘한 장치, 바로 현실성이다.
판타지는 현실을 모방한 세계다.
판타지의 전쟁은 모든 것이 중세 유럽의 전쟁 양식을 따르고 있다.
종족도 당시 십자군 전쟁에 차출된 유럽 각국. 이를 대입하면 100% 허구에서 어느 정도 현실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 독보적인 이유는 서사 구조다.
톨킨은 '중간계'라는 상상의 세계를 창조했다.
3만7천년의 역사를 가진 이 중간계에는 인간과 오크, 엘프, 호빗 등 각 종족이 살아가고 있다.
나름대로의 역사와 신화를 가지며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의 중심'으로 자만하던 인간을 많은 종족 중 하나인 '인간족'으로 설정한 것이 흥미롭다.
'반지의 제왕'만이 가진 폭넓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절대 반지'로 인해 주인공이 모험을 겪고 성숙해진다는 단순한 구성을 뛰어 넘는 큰 의미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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