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와 같은 대형 재난.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던 소방방재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3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소방방재청의 장을 '정무직'으로 두는 정부안(행정자치부)과 '소방직'으로 국한하는 수정안(한나라당 전재희 의원 발의)을 두고 행자부와 국회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두개 법안 모두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안과 수정안이 동시 부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소방방재청 설립과 연계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안'의 상정처리도 자동 순연됐다.
재난.안전법안은 재해·재난·민방위 등으로 다원화돼있는 안전관련 법령의 주요 기능을 통합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관리되고 있는 안전관리업무를 총괄조정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이날 부결사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 의원이 "각종 재난.재해 업무는 철저한 지휘계통체계가 중요한데 현장 경험이 없는 일반 공무원에게 지휘권을 맡길 경우 신속 대처가 어렵다"며 청장을 '소방직'으로 하는 수정안을 의원 179명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하자, 행자부는 "청장을 소방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반발, 이미 한달 전부터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터였다.
특히 이날 본회의 장 앞에는 허성관(許成寬) 장관을 비롯한 행자부 공무원들이 총출동, 의원들을 상대로 정부안 가결을 종용하는 '로비전'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표결에 들어가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양측의 입장차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더기 기권표가 나오면서 두개 법안 모두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자동 폐기된 것이다.
정부안은 재적의원 272명 가운데 189명이 참여, 찬성 83, 반대 52, 기권 54표로 의결정족수인 출석과반수 찬성에 미달, 부결됐고 전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 역시 189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86, 반대 67, 기권 36표로 부결됐다.
두개 법안이 부결되자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소방방재청 문제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던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는 안도 희생됐다"며 재심을 요청했지만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원안과 수정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 법적 하자가 없다"며 재심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완전 폐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회기중 다시 발의할 수는 없지만 일부를 고쳐 다시 제출하거나 발의할 경우 회기내 처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소방방재청 직위 부분은 시간을 두고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내년 1월9일까지인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 입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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