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명 아이 친자식처럼...'희락의 집' 이영희(50)씨

이영희(李英姬·50·여·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씨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자식이 좀 많다. 아들이 7명이고 딸이 11명이다. 아직 우윳병을 물어야 잠이 드는 젖먹이에서부터 혼기가 꽉 찬 아이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특별히 자식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다. 직접 배를 아파 낳은 자식은 간호사로 일하는 딸(26)이 전부다. 버려진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데려다가, 부모가 데리고 있을 형편이 안 되는 아이를 하나 둘 씩 맡아 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대구 송현동에서 가구점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 집안살림만 하던 그녀가 오갈 데 없는 어린이를 맡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맏며느리는 아니지만 오래 모시고 있던 시부모님이 큰집으로 옮겨가시고 나니 마음이 많이 허전했어요. 오갈 데 없는 노인이라도 모셔볼까 생각하고 있던 참에 강릉에 계시던 친정어머니가 놀러오셔서 마을에 생후 5개월 난 애기가 버려졌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 소릴 듣고 바로 달려가 데려왔지요".

빚을 내 하던 가구점 운영이 원활하지 못해 지난 95년 점포를 정리하고 남은 돈 200만원으로 세를 얻어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왔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단다. 이 집에 온 지 9년째로 방과후면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있는 이미영.미옥 자매는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데려왔다.

"애들이라면 '물고 빠는' 남편(김수근·金壽根·54)이 동의해주지 않았다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8명의 아이를 부모 품으로 돌려보낸 이씨에겐 몇 가지 철칙이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데리고 있던 아이를 넘겨주지 않으며, 부모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부모 품으로 보내준다. 아이들 통제를 위한 특별한 규칙도 정해놓고 있지 않다. 보통의 가정에서처럼 애들이 자겠다면 재우고 먹고 싶으면 먹도록 한다.

총 21명이 생활하는 '희락의 집'은 비인가 어린이 수용시설이다. 남편 김씨가 이리저리 달아내 만든 방 6개가 시설의 전부이다 보니 관련법에 정해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다.

당연히 행정당국의 지원도 없다. 페인트칠을 하는 남편의 수입에다 같이 생활하는 이씨의 언니가 식당일을 통해 번 돈을 보탠다. 이씨는 집에서 옹기를 판다.

몇몇 후원자의 도움도 있고 해서 밥을 굶지는 않지만 이씨에겐 큰 걱정이 있다. 지난 2002년 행정당국의 일제조사에서 내년 7월까지 '법적 요건' 갖추지 못하면 집을 폐쇄해야하는 '조건부 아동수용시설'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애들을 계속 돌보기 위해 간호사를 하는 딸이 5년간 부은 적금 3천만원을 찾아 현풍면 유가리에 땅 400평은 사뒀습니다만 나머지 시설비가 걱정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이 철 들 때까지만이라도 부모의 정을 느끼면서 구김살 없이 자라도록 해주자는 것이 저의 지나친 욕심입니까".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사진설명:비인가 어린이 수용시설인 '희락의 집' 운영자 이영희씨(사진 가운데)는 부모로부터 외면받거나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부모의 정을 느끼면서 자라도록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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