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수호 민주노총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2대 전기(轉機)는 지난 87년의 '노동자 욕구 대폭발'과 95년의 민주노총의 탄생으로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서 실질적 민주화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분출한 사회적 변화는 노동관계법에 대한 큰 손질로 이어졌고 노동운동의 힘은 사회 여러분야로 퍼져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거의 막혀있던 쟁의행위가 적법, 불법을 떠나 노동현장에서 쉽게 이루어졌다. 억눌려지고 틀에 갇힐 수밖에 없었던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정치적인 기능(機能)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간 것이다.

90년대 들어 불붙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자 두단체간의 선명성 경쟁은 '투쟁'의 용어를 새삼 떠올리게 했었다.

▲해방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약한 노동계 인사는 섬유노조 노진호, 금속 하준, 운수 최송학, 이상해씨 등이 있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권중동(權重東), 정한주(鄭漢株)씨는 서울.부산.인천 등서 노동운동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향토 출신이다.

정 장관은 선산 출신, 권 장관은 안동 태생이다. 이들이 활약한 60, 70년대는 산업별 노조체제서 기업단위 노조로 이행되는 등 노동운동이 외적작용으로 제어되는 경우가 많았다. 숨도 쉬지 못하겠다고 한탄하면서도 조직관리 등 노동운동의 맥을 이어왔다.

▲향토출신(울진) 이수호 체제의 민주노총 제4기가 다음달 1일로 정식 출범한다. '이수호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은 우선 노동운동 변화여부다.

새 집행부가 지향(指向)하는 행동노선이 과연 단병호(段炳浩) 집행부와 달라질 것인가, 시선이 모아진다. 이수호 위원장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고 사회여론과 민중으로부터도 지지를 받는 조직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했다.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사정 위원회에도 참석할 의향이 있음을 비쳤다. 대화와 투쟁 병행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온건노선 선회 가능성이 주목 받는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비쳐진 민주노총의 이미지는 '투쟁일관'이었다는게 대체적인 일반론이다. '총파업'과 '강경투쟁'이 오버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조성은 조직확대 차원에 중점을 둔 노선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국민들이 선뜻 수긍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는 점을 새 집행부는 뒤돌아 볼 일이다.

이젠 민주노총도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강경 일변도가 과연 효과적인 노동운동이 될 것인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협상과 교섭력 발휘에 모아진다. '우리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는 이 위원장 선거 슬로건에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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