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망령이 그 세력을 잃어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했던 3김씨의 영향력 또한 급속하게 감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으로 온 정치권이 쑥대밭이 돼 버린 상황에서 오는 4월15일 치러질 제 17대 총선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매일신문은 17대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관전포인트 6가지를 선정, 소개한다.
"바꿔라 바꿔라 다 바꿔라
부패한 정치인 다 바꿔라
이번이 아니면 못바꾸니
무능한 정치인 바꿔보세
에이야 디이야 새사람 찾아라
깨끗한 정치인 찾아보자
에이야 디이야 무관심 말아라
우리가 나서서 바꿔보세"
요즘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개사한 '2004 총선물갈이 국민연대(www.mulgari.co.kr)'의 비공식 주제가 2절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가수 이정현의 히트곡 '바꿔'가 총선 정국과 맞물려 히트한 것을 연상케 한다.
정치권의 물갈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대 총선 때도 있었고 15대에도 있었다.
비록 '위로부터'의 인위적 교체였으나 그 비율은 40%를 넘겼다.
16대 때는 273개 국회 의석 중 111석을 신진인사들로 채워 41%의 물갈이율을 기록했고 15대 총선에서도 46%나 됐다.
절반에 가까운 인물들이 정치권에 새로 수혈된 것이다.
특히 16대 때는 총선시민연대가 결성돼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 아래로부터의 인적 교체에 일조를 하기도 했다.
당시 총선시민연대는 낙선운동 대상자 86명 중 59명(68.6%), 집중 낙선대상 22명 중 15명(68.2%)이 낙선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그 이후 4년.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위로부터의 인적 교체는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선호하고 껄끄러운 인사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아 정치발전과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에도 물갈이를 빙자한 권력투쟁의 냄새가 물씬 난다는 것이다.
질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교체폭만 크다고 정치가 바뀌고 정치문화가 변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구대 홍덕률(洪德律) 교수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권 물갈이 수준이란 단순한 사람.얼굴 바꾸기여서는 안된다"며 "미래지향적으로 한국 정치의 발전을 책임질 수 있고 세계화.정보화.지방화라는 21세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사람이나 세력으로의 교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은 그나마 그런 '얼굴바꾸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16대 총선에서 대구 11개 선거구 가운데 현역 의원 재공천은 7군데였고 16개인 경북에서는 10곳이었다.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었다.
현역 국회의원 교체 희망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도 문제지만 한나라당 일변도의 정치구도 탓에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폐해가 불러오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번에는 어떨까. 16대에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바꿔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간판 뒤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던 지역 국회의원들의 교체폭은 얼마나 될까. 모든 정당에 다 적용되는 문제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한나라당 소속인 만큼 한나라당의 문제는 지역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한나라당의 1차 공천 심사 결과에서 현역 의원은 대구 3명, 경북 4명만 단수 추천을 받았다는 점은 물갈이론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또 끝장을 봐야 그만두는 것이 노름판과 비슷하다는 정치판에서 1월말 현재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에서 8명에 이르는 점도 청신호다.
전국 합계의 4분의1이 넘는 수치다.
지역 한 정치인은 한나라당의 물갈이 흐름과 관련, "노쇄한 리더십을 젊은 리더십으로 교체, 역동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나이만 적게 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연경화(年輕化)가 곧 물갈이로 해석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물갈이 주도측의 다른 반대편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측이나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세력 등 비당권파 내지 비주류를 거세하기 위한 물갈이라는 '정치적 음모설'이다.
실제로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 친위 쿠데타로 불린 한나라당 공천은 현역 의원 공천 탈락과 소장파의 전진 배치라는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권력 투쟁적인 성격 탓에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4년 뒤 이 전 총재 세력들이 퇴출 압력을 받는 처지가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학과 비전의 부재가 부른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홍 교수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물갈이가 권력투쟁의 측면만 보인다면 우려할 만하다"며 "권력투쟁의 산물로 해석된다면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세력 교체의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정치개혁의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전태흥 홍보부장은 "살아남으려고 하는 노력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변화에 무감각하고 시대적 조류를 외면한 것이 대선 실패로 이어진 만큼 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물갈이인 만큼 바꾸는 것이 옳다"며 물갈이 흐름 자체는 긍정 평가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전 부장 역시 단순하게 물리적 나이나 이력만을 문제삼아 싸잡아 나가라는 일방적인 재단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 주체 역시 언젠가 객체가 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나이만 많으면 모든 선에 우선해 악이 되고 나이만 적으면 모든 악에 우선해 선이 되는 흐름은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60대 초반 의원의 한 보좌관도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의정활동 능력과 지역사회.국가 발전에 대한 열정이 잣대가 돼야 하는데 무조건 나이만 들먹여 내심 불만이지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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