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장애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장애'와 '폭력'이라는 두가지 고통을 안고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여성장애인 통합상담소가 대구의 여성장애인 21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가정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피해 발생률이 81.6%로 일반 가정폭력 발생률 31.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가해자로는 부모가 3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편에 의한 폭력이 32.2%, 형제.자매가 11.2%, 친척이나 시댁식구가 9.1%였다.
자녀에 의한 폭력도 2.1%나 됐다.
가정폭력 발생 시기는 아동기부터 시작해, 노인기에 들어서는 더욱 심각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43.8%의 여성장애인이 아동기에 폭력을 당했으며, 31.4%는 결혼 뒤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자녀가 장애아동인 경우 부모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게 되고 결혼 후에는 장애로 인한 일상생활, 자녀양육 등의 어려움으로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력 유형별로는 뺨을 때리는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24.8%, 욕설이나 고함 등 언어적 폭력경험자는 40%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20% 정도가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정서적 폭력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폭력 경험자는 9%에 달했고 감금(5.5%), 흉기로 위협(3.5%)을 당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또 가정폭력을 당한후 대처방법으로 어쩔 수 없이 그냥 맞았다(34.5%), 빌었다(7.7%), 도망갔다(8.2%) 등 수동적 회피를 하는 경우가 83.8%로 나타나 장애여성들이 폭력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기관을 찾는 경우는 5.6%에 불과했고 응답자의 5.2%만이 가정폭력방지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여성장애인 통합상담소 권순기 소장은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가족에게 폭행 당한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폭력삼담소는 10여곳이지만 장애여성의 가정폭력 피해를 다루는 상담소는 전혀 없어 법적.제도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전체 장애인 4만6천450명 가운데 절반인 2만3천여명이 여성이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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