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는 신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들이 수없이 생겼다.
X세대에서 Y.Z.C.N.R세대를 거쳐 P세대까지 등장한 건 세태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해 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X세대는 논리보다 감각을, 공동체보다 개인을, 문자언어보다 영상언어를 선호하지만 하나의 특징으로 묶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세대를 가리키며, Y세대는 정체불명이 대세를 이룬 그 동생뻘이다.
유행에 매우 민감한 Z세대, 게임 등에 중독된 C세대, 무서운 아이라는 N세대, 월드컵 열기에 태어난 R(Red)세대가 그 뒤를 이었고, 지난해는 '참여와 열정(Participation & Passion)'의 P세대가 등장했다.
▲제일기획은 최근 45~64 세대를 '제대로(Well), 인격적.정서적으로 성숙한(Integrated), 새로운(New), 기성세대(Elder)'로 규정해 화제다.
이 세대가 젊은이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오래 묵을수록 깊고 은은한 향과 맛이 우러나는 와인(WINE)에 빗댄 신조어다.
이 세대는 P세대의 아버지 세대로 8.15 광복, 6.25 전쟁, 경제개발, 민주화 등의 시련을 거친 뒤 성숙해져 와인의 속성을 가졌다는 발상이다.
▲'와인(WINE)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 밀려 상당수가 이미 사회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강한 상실감.단절감.불안감을 느끼는 세대다.
민주화와 고도성장 시대의 주역이었으나 'IMF 직격탄'을 맞아 경제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같은 조기퇴직 불안에 시달려온 세대이기도 하다.
▲제일기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세대는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냐'는 질문에 36.5%만 '그렇다'고 답했으며, '최근 사회 변화가 바람직하냐'엔 9.4%만 긍정적일 따름이다.
더구나 10명 중 8명 정도가 젊은층과 세대차를 느끼고, 7명 꼴은 지나치게 젊은 세대 중심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가정 내 소비의 최종결정권도 아내(60.6%)가 배 가까이 높은 등 가정도 이젠 '가모장(家母長)' 중심으로 바뀌고 부부 중심 현상도 뚜렷하다.
▲아무튼 와인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 함께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을 일궈냈고, 작은 나라를 무역 강대국으로 성장시켰다.
굶어가면서 자녀를 교육시켰으며, 그 자녀들이 자라 산업화의 역군이 되기도 했다.
이들의 성취 배후에는 근면과 성실이라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일중독자'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세대가 느끼고 있듯이 시대는 너무 달라졌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든 구세대와 신세대는 역할이 따로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은 느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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