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헌태의 백두대간 종주기 (26)-속리산 종주(3)

3.

오전 5시 45분, 헤드랜턴을 켜고 바로 산을 치고 올라갔다. 처음 만끽하는 선선한 '겨울 눈산행' 이라서 그런지, 출발할 때 마음이 어떤 산행때 보다도 더 가볍고 즐거웠다. 어쩌면 당연한가. 국립공원 속리산 종주. 지리산과 덕유산에 이어 얼마 만에 맛보는 국립공원 종주인가. 국립공원은 풍광이 역시 여느 산과는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군계일학(群鷄一鶴). 그래서 입장료 받나.

참고사항. 속리산은 경북과 충북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봉인 천황봉은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에, 등산객이 많이 찾는 명승지인 문장대는 화북면 장암리에 자리잡고 있다. 속리산은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유명하다고 해요. 이번 대간 속리산 산행은 겨울 눈 산행이어서 큰 복을 받은 셈이다.

상주의 예전 이름은 낙양(落陽). 중국의 낙양과 똑같네. 경주와 상주를 합쳐 경상도라는 지명이 탄생했다고 하니 대단했겠죠. 낙양의 동쪽, 그래서 낙동강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말씀 드렸죠. 속리산은 보은 법주사로 더 알려졌지만 사실은 상주땅입니다. '대단한 상주'입니다. 누가 돌아가셨나, 상주 상주 하게.

이번 산행 코스는 한마디로 전인미답 (前人未踏). 우리 일행이 하얀 눈 위를 처음 밟다 보니 눈 속에 묻힌 길을 잘 찾아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속도가 느려졌다.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디딘 두 사람. 꿈과 신비의 대상이었던 달 위에 인간 암스트롱의 첫 발자국.

또 한 사람 장건. 중국의 영토를 오늘날 국토개념으로 만들었던 한무제때, 하늘의 별을 찾아 서역으로 떠났던 인물이죠. 하급관리에서 일약 제후로, 외무장관까지 지낸 불굴의 용기의 대명사. 세계를 널리 관찰하고 이에 통달했다는 의미의 '박명후'로 임명되었죠. 사가 사마천은 장건이 이룬 업적을 착공 '鑿 空 '이라고 표현했죠.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미지의 공간에 발을 내딛어 정복하였다는 말씀. 한국에도 이런 분이 많이 나오면 개인소득 2만불시대는 성큼 다가올 텐데. 이헌태의 어록, "새분야를 개척해야 돈이 크게 된다". 뭐야.

이헌태는 첫 길이 무서워. 고되기도 하고. 이헌태의 경우는 이미 난 길을 따라가니 더 편하더라구요. 바로 그것이 이헌태의 한계야. 알고 있습니다. 첫 길 내는 사람, 또 그 뒤를 따라가는 사람, 다 귀한 것 아닙니까.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무데나 부치는구만.

옛날 성현께서 "눈이 쌓이면 길이 안 보이듯이 사람도 재물이 쌓이면 길이 안 보인다'고 말씀했죠. 갑자기 뭐야. 재물이 나온 김에 "재물과 여색의 재앙은 독사보다 더하다"는 좋은 경귀도 있더라구요.

하지만 지금 시대는 절대로 그런 말이 안통하는데. 재물과 여색이 오히려 세상의 존대를 받는 세상이죠. 없어서 난리지. 돈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죠. 따라서 재물이 쌓이면 길이 안 보이는게 하니라 너무 너무 잘 보이고 좋은 길이 열려 있죠. 이헌태 정신차려라.알겠습니다.

저야 돈이 없으니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죠. 돈 들지 않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이나 잔뜩 빌려 읽고, 산이나 돌아다니고, 돈 있는 사람도 내만큼 행복하지 않더라고 억지로 자위하면서. 잘 생각했다.

저는 재력만 풍부하면 불우한 이웃도 돕고 여행도 떠나고 등등 나 자신도 더 행복할 것 같은데. 이헌태, 그렇게 되어바라, 그렇게 행복하지도, 또 그렇게 불우한 이웃에게 신경 쓸 여유도 마음씨도 없을 걸. 하여튼 나는 돈만 있으면 잘 할 수 있어. 싸우겠다.

앞만 쳐다보고 오르막을 따라 부지런히 30여분간 나아가니 야트마한 작은 봉우리가 나왔다. 캄캄한 하늘 속에 왼쪽에 마을인지, 도로인지 불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어 모두들 배낭을 푼 뒤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했다. 다시 발걸음을 내딛으니 45여분 후에는 두번째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날이 훤하게 갠 탓에 사위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고풍상 (萬古風霜)을 겪은 눈 덮인 첩첩 산악지대가 파도를 치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남쪽방향으로 바로 눈 앞 재너머에는 푸른 병풍처럼 늘어선 장엄하고 늠름한 속리산 능선이 오롯하게 우뚝 서 있다. 흰 구름떼들이 속리산의 언저리에 걸려있었다. 하늘에는 피어 오르는 새벽녘, 희뿌연 안개가 은은하게 그득했다.

이헌태 교정합시다. 설백의 대자연의 향연 앞에서는 희뿌연 안개가 아니고 상서러운 기운, 즉 서기(瑞氣)가 자욱하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희뿌연 안개라고 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설경에 대한 모독이지. 서기 어린 안개는 엄동설한에 하느님이 호호하고 내뿜은 하얀 입김이 아닐까. 속리산이 '정기(精氣) 어린 산'으로 알려진 이유를 알겠습니다.

흰 안개가 신비감을 연출하면서 연하게 깔리고 그 뒤에 근육질의 듬직하고 수려한 속리산의 등성이가 드러나고 또 산 봉우리 아래 마다 운해가 걸쳐 있고 온 산이 선녀들처럼 흰 눈으로 옷을 갈아 입고.

아, 그 신비와 경외 그리고 감탄. 아, 기암괴석이 눈 속에 파묻힌 그야말로 신선들이 사는 선경 (仙境)이구나. 속리산은 " 호연한 남아의 기개를 용솟음치게 하고 대자연의 포근한 가슴에 묻혀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곳이다"고 설명한다. 딱 맞다.

문장대를 위시한 돌봉우리 장군과 빽빽히 흩어져 있는 기암괴석의 돌 수비대가 속리산을 천하제일의 돌산으로 만들었구나.

질문 하나. 돌산은 아름다운데 돌머리는 왜 나쁜데요. 딱딱한 것도 보기에 따라 완전 해석이 다르구만. 세상에는 두 가지 해석이 늘 다 있더라구요. 반잔의 술잔도 반이나 남았다와 반이나 없어졌다는 두가지 인식이 있듯이. 극단적인 해석 사례 두가지.

民族의 聖君이신, 세종대왕과 한글창제를 음해하는 세력도 있더라구요. 노벨문학상을 탄 여류작가 펄벅도 한글창제를 높게 평가하면서 세종대왕에 대해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했다고 해요. 세계적으로는 서양이 자랑하는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해 세종대왕이 덜 알려졌지만 사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훌륭하죠.

이에비해 어떤 샤끼들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어리석은 백성보다는 정권홍보차원에서 만들었다고 입을 놀리더라구요. 한글창제후 첫 사업이 왕실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라나 어쩌나. 정치적 불손한 목적이 있었다나요. 또 임진왜란이후 사회가 어수선해지자 왕실의 첫 사업이 용비어천가 발췌간행이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럼 딱 깨놓고 정치적 목적이 없는 게 어디 있어. 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일을 추진하는 거지. 한글창제도 어린 백성이 읽고 쓰지를 못해 불쌍해서 만들다가 보니 정권홍보도 하게 되었다고 봐야지. 매사를 삐딱하게 보면 되나. 특히 임금의 언행은 모두 정치적인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죠. 그런가.

와, 심지어 바닷물도 욕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바슐라르라는 사람은 "바다의 물은 비인간적인 물로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는 원소의 첫번째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하면서 "바닷물보다 담수가 우월하다"며 거품을 물었더라구요. "바다를 짜게 한 것은 일종의 타락에 지나지 않는다. 소금은 몽상 즉 부드러움의 명상, 가장 물질적이고 자연스러운 몽상중의 하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와, 대단해요. 바닷물에 원수 졌나. 가까운 사람가운데 수영하다가 빠져죽은 사람이 있든지. 설탕협회회장인가, 소금을 증오하게.

바다는 지구생물이 태어난 곳이죠. 결국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바다를 동경하죠. 태아가 자란 곳도 바다와 같은 양수죠.

시인 강은교의 시에서는 바다가 어떤 물보다도 순결한 부끄러움조차 훼손되지 않고 남겨진 하나의 원천으로 등장하죠. 바다의 영원한 생명력, 모래들도 뼈들도 심지어 소금조차 바다의 부름에 달려가고, 소금은 바다를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래와 마찬가지로 바다에 의해 운반되면서 동시에 바다를 운반하는 물질, 소금으로 인해 바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맞습니다.

세종대왕도 욕하고 바닷물도 욕하는 그런 판이니 신 이외에는 다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두들 겸손하게 삽시다. 이헌태, 결론 좋다. 니는 욕먹는 게 90% 이겠지.너무 하시네. 신도 종교간의 싸움으로 다른 종교인들로부터 욕을 얻어 먹더라구요. 종교는 한번 싸우면 끝장을 낼려고 하더라구요.육체와 이승을 놓고 싸우면 괜찮은데 영혼과 다음 생이후 또 천국까지를 놓고 싸우니 결사항전 아니 순교까지 나오죠.종교인들 서로 다른 종교를 존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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