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헌태의 백두대간 종주기 (26)-속리산 종주(6)

6.

'몸과 마음의 일치와 협력, 괴리와 갈등'. 착하고 똑똑한 사람인데도 살림이 가난해서 몸이 고달픈 케이스. 착하고 똑똑해서 잘 살고 반대로 머리 나쁘고 게을러서 못 살면 당연하지만 세상이 어찌 그렇게 정상대로 돌아갑니까. 결국 몸도 주인 잘 만나야죠. 이와 관련된 시 몇 편을 또 준비했습니다. 이헌태, 고생 많다. 니 하나 고생이 여러 사람 즐겁게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능력도 없는 놈이 이런 고생쯤은.

양승준의 시 '몸'. " 그래, 넌 좋겠다/ 먹고 싶은 밥 실컷 먹고/ 자고 싶은 잠 실컷 자며/ 마음껏 섹스도 즐기면서/ 이렇게 술까지 얻어먹으니/ 넌 참 좋겠다// 살맛 나는 / 이 세상의 중심인/ 몸아!". 뭐야. 자기 몸을 다른 사람 취급하네. 몸하고 마음이 따로 노네. 사이가 좋지 않나.

조선 광해군때 문신 김광욱의 시는 자신의 몸도 잊었다고 주장해요. " 공명도 잊었노라 부귀도 잊었노라/ 세상 번우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 몸을 내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명말 유학자 홍자성의 '채근담' 아시죠. 송유학자 왕신민이 '사람이 항상 나물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백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데서 채근담이란 말이 유래했다죠. 나물장사 파이팅. 한국의 채소농가 파이팅.

그 채근담에서 홍자성 왈, "하늘이 나를 몸으로써 수고롭히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하여 이를 보충하고 하늘이 나를 역경에 빠지게 하면 나는 내 도를 높임으로써 이를 트게 하리라". 방송드라마 '이 여자가 사는 법'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이헌태가 살아가는 법'입니다. 돈 없으면 책을 읽거나 산에 가서 그 이상의 행복을 느낍니다. 가난해도 다 행복할 수 있도록 각종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구만. 하모 하모.

퀴즈하나. 몸 가운데 태어나기 전에는 가장 중요하나 지금은 아무 쓸모 없는 무용지물은? 정답은 배꼽. 생긴 게 얼마나 징그럽습니까. 똥꾸렁내도 나고. 근래 미녀들이 배꼽티를 입기시작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죠. 배꼽티를 입었는데 살짝 찍어 바른 듯한 배꼽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밋밋한 배가 훤히 나오면 보기 역겹기 않을까요. 아유, 상상만 해도.

무시당하는 자여 희망을 가지세요. 뭐든지 천년만년 죽어라는 보장 없습니다. 기사회생. 어려운 처지에 빠지신 분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안 오면 다음 생애에서라도. 그렇게 믿고 살아야지, 마음 편하지 뭐.

몸이 가벼우니 기분도 상쾌한 것으로 봐서 몸과 마음은 '일란성 쌍둥이' 형제 같아요. 이 시대는 '중량의 철학'이 아닌 '경량의 철학'이 필요하죠. 수영을 잘 하려면 몸의 긴장과 힘을 빼야죠. 또 새들도 날아가기 편하도록 늘 몸을 가볍게 한다죠. 낙엽도 가볍게 해야 멀리 날아가고 인간도 몸이 가벼워야 상태가 좋죠. 성공한 기업도 기업구조나 비용을 가볍게 하더라구요. 경제도 거품을 빼고 인생도 거품을 빼고 제가 폭탄주술 만들 때 꼭 거품을 빼잖아요. 손으로 쑥 넣어서. 뭐야.

만물은 가벼운 게 좋구나. '가벼움의 철학'. 이헌태, 너의 나쁜 점인 말 많고 가벼운 언행을 미화하려고 이렇게 말을 끌고 가는 거지. 넘어갑시다.

몸과 마음을 합친 개념으로 멋진 한마디. 미국의 독립전쟁때 네이선 헤일은 " 내 조국을 위해서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와, 대단해요.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만나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한때 조근 근대화시절 '체력은 국력'이란 말까지 나왔죠. 현대인들은 이 구호에 대해 오해가 있었더라구요. 원래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은 로마시대 문장가 유베날리스의 풍자시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요. 원문을 번역하면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를 기원해야 할 일이다" 즉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면 얼마나 좋겠느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푸념을 했다고 해요.

당시 몸껍데기인 신체에만 신경만 쓰고 인간의 본체이고 핵심인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걱정했다고 해요. 지금처럼 얼굴이 잘 생긴 '얼짱', 몸매가 좋은 '몸짱'에만 온통 신경을 썼나 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유베날리스가 다시 이세상이 태어나야 합니다. 이헌태 연사, 다시 한번 목높여 주장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얼짱' 과 '몸짱'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헌태 나 자신이 '얼짱'도 '몸짱'도 전혀 아니기 때문에. 여자든 남자든 '얼짱'이고 '몸짱'이면 머리가 텅 비어도 잘 먹고 살 수 있다고 해요. 웬 가정주부

'몸짱' 아줌마가 이효리 인기를 능가하면서 앞으로도 광고수입으로 수십억원 더 벌 수 있다고 해요. 그래도 '돈짱'이 최고일 걸. '인기짱', '몸짱', '얼짱','돈짱' 모두를 왕창 가지는 '왕짱'이면 거의 최고의 경지이겠지만. 판검사는 영장, 즉 영짱을 좋아하나. 최근 잘나가는 현역 정치인들이 구속영장 많이 받더라구요. 이헌태는 '배짱'이 좋죠. 배가 약간 튀어나와서 그렇다고요. 너무 하시네.

인류가 태어난 이래 지금과 같이 '얼짱'과 '몸짱'이 인기를 받은 적이 없다. '마음은 필요 없다, 몸만 멋지면 최고다', 뭐야.

그럼 당신은 어디에 해방되십니까. 1) 정신도 좋고 육체도 좋다. 2) 정신은 좋지 않은데 육체는 좋다 3) 정신은 좋은데 육체가 좋지 않다 4) 정신도 좋지 않고 육체도 좋지 않다.

응용 질문. 1)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정신적으로도 풍부하다 2)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풍부하다 2)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만 정신적으로 가난하다3)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정신적으로도 가난하다. 이헌태는 당연, 2번에는 1번으로 이동중. 누구 마음대로.

쓸데없는 얘기로 종주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헌태의 몸과 마음은 어떠한가. 특히 몸은 강행군을 자주하는 백두대간 산행 때문에 고달픈 것인가. 3주일에 한번씩 혹사도 이만저만 혹사가 아닌 중노동을 시키고 있으니. 사랑도 중노동이라는 시인도 있지만. 백두대간 산행도 득도(得道)의 과정이지만 중노동이지뭐. 몸과 마음과 관련해서는 이헌태의 이빨이 무궁무진하지만 여기서 그만.

진짜 마지막. 고려시대 천인 정명국사의 시 가운데 "---물거품 같은 몸 내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쩌다 사마귀처럼 남의 몸에 붙어 사는가/ 눈속의 공화(허공속의 꽃)를 말끔이 씻어낸다면/ 상적광(온 우주)그 안에서 한번 웃어 올리리" 캬, 좋다. 껍데기 몸보다 만고의 진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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