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데 이어 지난 연말부터는 조류독감이 한국을 포함, 아시아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조류독감, 사스 등은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바이러스는 과연 어떤 것이기에 인간을 이토록 공포에 떨게 만드는가.
◇생명력 강한 존재
바이러스는 크기가 보통 200nm(1nm=10억분의 1m)를 넘지 않는다.
아주 미세한 존재이지만 돌연변이에 능하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존재이면서 생명력이 강해 핵폭발이 발생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영하 수십도에서도 미래의 번식을 기약하며 동면을 취한다.
냉동 보관한 두창(천연두) 바이러스는 30년 뒤 해동했을 때 쉽게 살아났다고 한다.
인류를 떨게 만들었던 지난 1918년 스페인독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70년간 알래스카의 동토에 묻혔던 시체의 폐 조직에 붙어 생존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세균은 바이러스보다 크고 핵을 가지고 있어 숙주가 없어도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세균은 항생제에 의해 어느 정도 무력화되지만 바이러스는 항생제의 '약발'이 잘 통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병
바이러스에 의한 병의 종류는 많고, 감염의 방법이나 발병하기까지의 경위 등이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동물 바이러스에 의한 병으로는 △일본뇌염 △유행성출혈열 △간염 △광견병 △인플루엔자 △홍역 △풍진 △두창(천연두) △우두 등이 있다.
식물 바이러스에 의한 병으로는 감자, 콩, 사탕수수와 과수작물 등에 모자이크병, 위축병, 괴사, 반점.변색 등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질병이 있다.
바이러스병 치료에는 특효약이 없다.
백신이나 항혈청을 이용한 예방접종에 중점을 두며, 발병 후에는 대증요법과 합병증의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인터페론과 같은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 대한 연구는 바이러스병 치료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1만명에 침투해 10명의 생명 앗아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이지는 않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성병이나 입술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라 해도 1만명에게 침투했을 때 보통 1천명에서만 증세가 나타난다.
이 중 100명이 입원할 정도이며, 죽는 사람은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류에 가장 큰 위협을 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7, 18세기 무렵 생겨났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2천500만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갔다.
인플루엔자는 헤마글루틴(H)과 뉴라미니다제(N)란 항원의 종류에 따라 수십종으로 나눠진다.
인류는 지금까지 15가지의 H와 9가지의 N을 발견했다.
항원의 조합에 따라 수백종이 존재하지만 H3N2를 비롯해 30여종이 흔한 편이다.
인플루엔자는 조류의 창자에서 비롯됐다.
인플루엔자는 그곳에서 숙주인 조류에 말썽없이 생활하다가 인간이나 다른 조류로 옮기면서 무력을 행사한다.
겨울철새들은 중국 남부와 홍콩을 거쳐 남하해 오리와 닭 등 가금류에 인플루엔자의 분신을 전파한다.
이 가금류는 다시 인간의 세포구조와 비슷한 돼지로 바이러스를 옮긴다.
이 바이러스가 돼지의 몸에서 인간의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슈퍼독감', '살인독감'은 이를 일컫는 말이다.
◇위협적인 돌연변이
조류독감에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는 사람도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느냐 하는 점과 인류 역사상 네 번째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WHO(세계보건기구) 등이 조류독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돌연변이를 잘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종(種)의 장벽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만 전염될 뿐 다른 동물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조류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닭이나 칠면조는 감염되면 거의 100% 폐사하지만 오리는 증상조차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닭의 경우 폐를 비롯한 전신 감염이 급속하게 진행되지만 오리는 장을 제외한 다른 장기에서는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발생한 '사람에게서의 대유행'은 종의 장벽을 넘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돼지가 돌연변이 장소를 제공해 왔다.
드물지만 돼지가 사람의 바이러스와 닭의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돼 나타나는 결과이다.
1997년 홍콩 조류독감(6명 사망)은 조류 바이러스가 돼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람에게 전염된 최초의 사례이다.
이러한 발병이 대유행하지 않은 것은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을 희생시킬 정도로 위력은 있었지만 원래의 조류 바이러스 그대로였지 사람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섞이지 않았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을 앓고 있는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돼 두 바이러스가 인체내에서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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