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새해 진료실 단상

한 TV 광고의 멘트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이 말은 단순히 한살을 더 먹는다는 숫자적인 의미에 앞서 가정과 이웃,사회에 대한 더 넓은 이해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에 새로운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그것은 얼굴생김, 생활방식, 나이, 직업이 다르듯 각자의 생각도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아픈 환자들이나 보호자를 대하는 우리 의료인들은 어떠해야 할까. 당연히 환자의 육체적 질환뿐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까지도 이해하고 이를 도우려는 강한 책임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자궁에서 많은 양의 출혈을 하는 환자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종종 연락이 온다.

일종의 병원내의 협진 의뢰(consult)다.

이런 경우 대량출혈로 인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자궁을 제거하는 자궁적출술(hysterectomy)이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있어 자궁은 출산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가임 여성의 경우 다시는 임신할 수 없다는 문제와 더불어 많은 상실감과 무력감이 올 수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궁적출의 수술적 방법에 앞서 출혈되는 자궁동맥을 색전 물질로 막아주면서 지혈을 유도하고 해당 장기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시술인 혈관 색전술(embolization)을 시술하게 된다.

물론 모든 경우에서 이러한 시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환자의 상태가 2~3시간 정도의 시술을 견뎌 낼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안정된 생 징후(vital sign)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이런 혈관 색전술은 위장관의 출혈이나 외상들로 인한 출혈 등 광범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환자의 치료에는 단지 질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까지도 두루 고려해서 치료해야 하는 것이 의료인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닐까. 요즘 환자들은 물론 실력있는 의사를 선호하지만 그에 앞서 친절하고 따스한 인간미를 지닌 의사를 더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체의 질환 치료와 함께 환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의사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환자들의 취향에 맞춘다기보다는 의료인이라면 환자에 대한 따스한 애정과 넓은 이해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사명이 아닌가 한다.

까치가 가져오는 기쁜 소식처럼 이 한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항상 기쁜 일과 즐거운 일이 있는 병원과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빌어 본다.

양승부 순천향대 구미병원 방사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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