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가 2일 불법대선자금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청문회를 의결함에 따라 대선자금 청문회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수세를 면치 못하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기선을 제압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청문회에 경선자금 의혹도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혼미를 거듭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2일 최근 불거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형 건평씨 처남 민경찬씨의 650억원 펀드 조성 의혹과 여당의 총선자금 2천억원 조성설 등도 청문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경선자금 6억원 수수를 빌미로 야기된 경선자금 의혹도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노무현.정동영(鄭東泳) 후보의 불법경선자금 내역도 상당부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검찰의 4대 그룹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수사결과 '502억원 대 0원'이라는 오명을 뒤집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인으로 요청한 검찰 수뇌부를 상대로 대선자금 수사의 불공정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이 이같이 명확히 구별되는 가운데 어떤 전략을 세워 접근할지도 관심사다.
우선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들춰내 검찰 수사를 통해 씌워진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상쇄하겠다는 각오다.
의혹을 풀어낼 '열쇠'를 민주당이 쥐고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규명에 대해선 민주당의 '활약'에 목을 매고 있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를 그동안 열세를 면치 못했던 정국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투구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문제와 측근비리 문제를 부각시키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동시에 공략하는 한편, '한민공조'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공세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또 '효과적 공격'을 위해 각 법사위원간 영역을 분담할 예정이며 일단 청문회가 시작되면 기존 수집자료 이외에도 '내부고발자'들의 추가제보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입각, 한나라당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전면 거부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근태(金槿泰) 원대대표는 3일 "청문회 강행은 우리당을 시험하려는 정치적 폭거"라고 주장했고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국회에 불참하는 등 청문회를 보이콧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만약을 위해 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법률구조위원회(위원장 신기남)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 청문회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당은 또 청문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초반부터 우리당을 협공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 아래 우선 양당의 연결고리를 끊고 민주당에 대한 방어막을 치기 위한 묘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채택된 주요 증인
△송광수(검찰총장) △안대희(중수부장) △이용섭(국세청장) △이정재(금감위장) △이호철(현 청와대 비서관) △권노갑(전 민주당 고문) △정건용(산업은행 총재) △고영주(청주지검장) △손영래(전 국세청장) △최도술(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희정(전 노무현 후보 보좌관) △이광재(전 국정상황실장) △서갑원(전 대통령 의전비서관) △정만호(현 대통령 의전비서관) △여택수(청와대 행정관) △양길승(전 청와대 부속실장) △남기춘(중수 1과장) △민경찬(노건평씨 처남) △문병욱(썬앤문 회장) △김성래(썬앤문 부회장) △이준희(김성래씨 녹취록 작성자) △조성동(우성캐피탈 사장) △이영로(노무현 후보 부산상고 선배) △이원호(청주 리호호텔 사장) △정화삼(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 △김도훈(전 청주지검 검사) △김대평(금감원 국장) △김정민(국민은행 전 역삼지점장) △김성철(국제종합토건 회장) △장복만(동원건설 사장) △박가서(부산태권도협회 회장) △김재철(동원산업 회장) △한상교(동원캐피탈 사장) △정찬대(정찬용 수석 동생, 썬라이즈텔레콤 영업본부장) △정대근(농협중앙회장) △이봉수(마사회 부회장) △배병렬(노건호씨 장인, 농협자회사 상근감사) △한영우(정동영 후원회장) △유병태(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 △이민희(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 △이기명(노무현 후원회장) △이화영(노무현 선대본부 회계 실무자) △송세빈(서울서부지검 검사)
사진: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참석위원들이 불법대선자금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청문회 개최 안건을 기립으로 표결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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