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법 처리 일부러 늦춰"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3당 대표가 3일 국회의원정수 문제 등을 원내총무회담을 통해 19일까지 절충키로 함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또다시 지연될 전망이어서 "현역의원을 위한 의도적인 지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선거구 위헌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 처리의 지연은 각 당의 공천일정 및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 발족 등 선거준비 일정에 차질을 줌과 동시에 정치신인들에게는 모든 선거활동이 허락되지 않게 된다.

특히 선거구 조정대상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수,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등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의 미타결 핵심쟁점을 원내총무회담으로 넘겨 국회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까지 절충안을 도출키로 했다.

하지만 19일까지 원내총무회담에서 전격적으로 절충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선거구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작업 등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안은 빨라야 선거일을 52일 남겨둔 오는 23일 이후에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처리 지연에 대해 정치권의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법 소위의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이번주 말까지 미합의 사항을 모두 타결하려했던 정개특위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각 당 대표 합의의 본뜻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도 4일 "어떤 식으로든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은 선거개혁에서 출발하는데 처음부터 삐걱 거리면 되느냐"고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정치신인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다.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유지되면 현역 의원들은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오는 3월 말까지 합법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들은 하루 5, 6차례의 의정보고회를 비롯해 지역민들과의 만남의 장을 수시로 열고 있다.

그러는 동안 현역 의원이 아닌 정치신인들은 온갖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출발점부터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구미 공천을 신청한 한 예비 후보는 최근 "지난 2000년부터 4년 동안 침구사 친구들과 구미 농촌지역을 돌며 해오던 의료봉사단 활동을 지난해 10월 접어야 했다"며 "주민들은 왜 중단하느냐고 아우성을 쳤지만 지역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제지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요즘 맨손으로 경로당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선거법 위반 때문에 출마하겠다는 말조차 못 꺼낸다"고 불평했다.

다른 한 예비후보도 "현행 선거법은 정치 신인들이 출발부터 법을 어기도록 만들고 있다"며 "정치에도 공정한 시장질서를 도입해 신인에게 최소한의 경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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