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입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2005학년도 입시가 고교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입시제도 파악의 어려움, 학교 여건에 따른 선택과목 개설 제한, 선택과목별 난이도와 응시집단 크기에 따른 유불리 등 새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
이 가운데 수능 반영 방법이 수도권 주요 대학은 '3+1'로, 지역 대학들은 '2+1'로 다르게 결정난 점은 지역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심각하다.
▲선택이 아닌 포기=2005학년도 입시의 근간이 되는 고교의 7차 교육과정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대표된다.
학생들이 특기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배우고 깊이있게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 의존도 낮추겠다는 취지. 경북대 등 많은 국립대들은 이를 고려해 수능 성적을 반영할 때 인문계열 학과들은 수리, 자연계열은 언어영역을 제외하는 전형 방안을 내놓았다.
여타 지역 대학들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학생 모집의 유불리를 따진 끝에 대부분 '2+1'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을 지망하는 고교생들은 지난해 대학들의 전형계획안 발표 이후 아예 이 과목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수능시험 때 이 과목을 치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내신성적 비중이 낮기 때문에 학교 수업까지 외면해 버리는 것. 수학 교사들은 "이미 지난 2학기 때부터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3학년이 되면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잠을 자도 할 말이 없으니 교실은 사실상 공황상태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교내, 고교간 차이=문제는 서울대, 연.고대 등 주요 수도권 대학들이 '3+1'을 채택했다는 사실.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의 수능 반영 방법 차이 때문에 같은 고교 내에서도 어느 대학을 지망하느냐에 따라 공부하는 영역이 달라지는 것이다.
상위권은 '3+1', 하위권은 '2+1' 중심으로 대비하기 때문에 과목에 따른 수업 집중도 역시 차이날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이 아예 학급을 구분해달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선 특정 과목의 포기를 방치할 수 없는데다 우열반을 편성할 수도 없어 설득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달서구의 한 고교 교사는 "3월에는 일단 지망 대학에 관계없이 반을 편성할 계획이지만 5월쯤 되면 재편성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교간 차이는 더 심각하다.
수성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벌써부터 '2+1'로 대비하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과목을 포기하는 분위기는 수성구 대다수 고교와 학력이 좋은 다른 지역 일부 고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고교간 학력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여타 고교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도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공부에 소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김영수 성서고 교장은 "2학년때까지 경북대나 영남대에 갈 성적이라도 3학년 진학 후에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는데 '2+1' 중심으로 공부하면 그럴 여지가 한층 좁아진다"며 "일찍 포기할 일이 아닌데 너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들=일부 고교에서 학부모들이 반 편성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은 학부모들이 이미 여러 부작용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특히 자녀를 수도권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라면 수성구나 특정 학교 가까운 곳으로 전입하는 문제가 고민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고교 진학을 위한 주소지 이동은 상위권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중위권에까지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학교 공부까지 외면하는 상황도 교육당국이 예견하지 못한 일이다.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한다고 해도 수학의 기본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자연계열 대학생이라도 우리말과 문학에 무지해선 곤란하다.
그런데 입시제도의 예상못한 부작용이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하나 짚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대학들의 전형 방법 자체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당장 2005학년도 입시에서 이미 발표한 선택과목을 슬그머니 바꾼 대학이 적잖은 실정이니 2006학년도 이후에는 대학마다 어떤 변화를 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1'로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자칫하면 내년에 재수를 해도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막힐 수도 있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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