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수시장 침체...물가는 가파른 상승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에 반해 경제 회복의 단서가 되는 내수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채소, 양곡, 수산물 할 것 없이 식료품 값이 뛰어오르고, 난방용과 취사용 차량용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주부들이 '살림은 빠듯한데 뭐 하나 싸게 살 수도, 따뜻하게 살 수도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유통업체나 주류판매상, 자동차 대리점 등은 꽁꽁 얼어붙은 내수로 판매량과 매출 양면이 동시에 뚝뚝 떨어져 한숨짓고 있다

지난 1월 대구.경북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7% 상승, 전국 최고 인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나 뛰어오른 것. 이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5.7%, 개인서비스 비용이 3.7% 상승하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의 오름세가 4.3%로, 서민 가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휘발유값이 올 들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런 물가 상승 요소가 물가에 반영되는 3~5월이면 소비자물가가 대폭 오를 우려마저 없지 않다.

대구 경북지역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5% 줄었다.

특히 불황을 모르던 명품 및 수입의류 매출마저 급감, 지역 경기가 바닥권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구백화점 박병준 점장은 "백화점 매출을 이끌던 고급 의류나 가전 매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1인당 구매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15%나 떨어지는 등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이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도 소비심리가 냉각돼 지난 1월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동월에 비해 40% 가량 하락, 9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출도 작년 동월보다는 늘었지만 전월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2일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차 등 완성차 5개사에 따르면 1월 판매대수는 내수 7만5천794대, 수출(반제품 수출, 현지생산 포함) 20만1천367대 등 총 27만7천161대로 작년 동월(28만3천561대) 대비 2.3% 줄었다.

특히 내수는 설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단축과 장기 불황 등의 여파로 작년 동월에 비해 39.4%나 급감, 99년 2월(7만2천750대)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설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단축과 계속되는 경기 불황, 수출 선적량 감소 등으로 판매가 위축됐다"며 "이달 들어 수출은 다시 활성화될 전망이나 내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주류 시장도 마찬가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2월 국내 위스키 출하량은 1천088㎘로 2002년 12월 출하량 1천322㎘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맥주 출하량도 줄어 2002년 12월 15만3천234㎘에서 2003년 12월 14만4천87㎘으로 약 6%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위스키 수입량도 줄어 지난해 12월 수입량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23% 감소했고 지난해 전체 수입량도 2002년에 비해 1% 증가에 그쳤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오랜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위스키 시장도 영향을 받아, 예년 같으면 대목을 누리던 설 선물 시장에서도 위스키 판매가 전년 대비 20~30%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장기화된 내수 침체로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대구지역 18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4 대구지역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경영상의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내수시장 침체(25.6%)를 꼽았다.

하지만 품목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고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3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의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미국의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 기록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어 산업자원부는 이런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김시중 교수는 "지난해 2/4, 3/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소비와 투자가 미미해 경기 상승세가 어느 정도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수출이 차츰 늘고 있어 앞으로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이 소비,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파급 속도가 너무 늦어 당분간은 체감되는 경제상황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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