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을 넘자-(10.끝)어떤 기업이 살아남을까

대륙은 광활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보름간 칭다오, 톈진, 베이징, 샤오싱, 상하이 일대를 돌며 크고 작은 지역 기업들을 만났지만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지역 중소기업은 드물었다.

대중(對中) 투자 환경도 예전같지 않다.

세계 모든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일부 내륙도시를 제외하곤 지역 중소기업들에게까지 특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노동복지 정책 강화로 인건비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중국을 넘을 수 있는가. '성공' 가도를 달려온 소수의 기업들은 말한다.

한국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들만 중국을 넘을 수 있다고.

#1. 인건비의 주술에서 벗어나라

중국의 생산성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인력들이 중국 전역에 고루 분포돼 있고 평균 인건비 또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과 1, 2년새 중국 노동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노동복지 정책 강화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것.

가장 많은 지역 기업들이 진출한 칭다오로 가보자. 이곳의 1인당 인건비는 월평균 700위안(10만5천원). 그러나 지난해부터 칭다오 전역에 주5일제가 실시돼 50위안(7천500원)의 인건비가 상승했고 2003년 9월 28일 칭다오시 정부는 전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5대보험 도입 실태를 조사하고 미실시 기업에게 보험제 전면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칭다오내 지역 중소기업들은 "중국법에 명시된 사항이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5대보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갑작스런 노동복지 정책 강화로 인건비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칭다오 진출 업체들은 투자금액이 1억달러 이하인 중소기업에겐 외자기업에게 적용하는 특혜도 거의 없다고 했다.

업체들은 평당 임대료가 40원(6천원) 수준으로 '50년 무상임대'는 일부 내륙지역에서만 실시되는 '환상'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임대료 또한 2년후 10%, 3년후 5% 등으로 계속 늘어나 채산성 악화가 뻔하고 원자재 수입비, 법인세 등 세금 면제 혜택도 단 2년 뿐이다.

#2.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다

인건비 급증 등 대중 투자 환경 악화에 맞서는 가장 유력한 수단은 한국보다 더 강력한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이다.

톈진삼성SDI가 지난해 말 생산동 맞은편에 건립한 식스시그마 공원. 지속적 경영혁신으로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는 톈진삼성SDI의 경영 목표를 상징하는 곳으로 삼성SDI 8개 해외법인은 최근 이곳에서 제1회 식스시그마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생산성 향상을 다짐했다.

생산성 향상은 필연적으로 대대적 구조조정과 직결된다.

삼성SDI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모방직(제일모직의 중국법인명) 등 톈진에 진출한 13개 삼성계열사는 경영 혁신 운동을 통한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초기보다 200~300명가량 인원을 감축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향상됐다.

인건비 급증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 강화는 지역 중소기업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절대 과제다.

칭다오 항도기술개발구내 모비네스(지역 중견 부품업체 동해전장의 칭다오법인명) 생산현장으로 가보자.

50명이 죽 늘어서 잠시도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 6개 조립라인. 컨트롤러 화면에 나타난 시간당 제품 생산 개수는 56개로 대구본사의 딱 4배다.

중국 진출 단 1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성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비네스는 중국진출과 동시에 개인별 작업진도표를 작성해 생산능력을 실시간 체크하고 있고, 모든 직원에게 중국어 작업지도서를 배부해 개인별 관리포인트, 중요관리항목 등을 명기시킨다.

정기적으로 시험을 실시해 성적 우수자들은 핵심부서로 승진시키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취재팀을 안내한 임호택 총경리는 "이는 대대적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단계로 지난해 상반기 동안 전체 840명의 직원 중 무려 300명을 감원했으나 생산성은 오히려 50%이상 향상됐다"며 "지속적 생산 혁신과 구조조정만이 중국에 진출한 지역 중소기업들이 살 길"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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