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슬픈 궁예'의 교훈

'후삼국시대 궁예정권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기대학교 이재범 교수가 '소설과 역사의 경계에서'란 전제 하에 쓴 '슬픈 궁예'를 읽은 것은 2002년 12월 말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였다.

8일간의 여행에서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이었지만 그 감동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그 즈음에TV에서는 드라마 '태조 왕건'을 방영하였고 왕건에 앞선 중심 인물이 바로 애꾸눈 궁예(弓裔)였기 때문이다.

황제가 되기 전까지 궁예는 백성이나 병사들과 의식주를 같이하면서 오로지 백성들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크게 세력을 확장했다.

궁예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수록한 '삼국사기'에서도 "궁예는 병사들과 함께 달고 쓰고 힘들고 편안함을 같이하며, 주고 빼앗고 하는 데 있어서도 공(公)으로 하고 사(私)로 하지 아니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황제가 된 후에는 사치가 극에 달하여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자기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관심법(觀心法)을 동원하는 등 포학한 독재로 백성들의 원한과 군부의 궐기로 스스로를 망치게 된 것이다.

역사와 문학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영원히 변치 않으나 인간이 스스로 그 교훈을 망각하기에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태롭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가정이 화목하면 가족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가정의 핵심은 남편이고 아내다.

부부가 화목하면 부모와 자식은 덤으로 화목할 수밖에 없고 이웃도 덩달아 화목을 배울 것이다

나라의 화목은 '위민만사성(爲民萬事成)'에 있을 것이다.

위정자가 국민을 위하면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모든 것을 국민만을 위하는데 어찌 불신과 갈등이 생기겠는가! 국민을 위하는 정치만 하면 국민과 위정자들이 추구하는 바른 것은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애꾸눈 궁예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세상을 보려하였으나 실패했다.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은 '슬픈 궁예'처럼 자신을 망치거나 국민들을 슬프게 하지 말기 바란다.

'슬픈 궁예'의 교훈이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김종환 육군3사관학교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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