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재산권 상생의 길 열다

지난해 가을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이 국정감사차 경주에 들러 ㄱ씨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비가 새고 지붕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린 상황이지만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집을 새로 짓지도 고치지도 못한다는 ㄱ씨의 말에 너나없이 혀를 찼다.

지난 90년부터 경주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으나 '예산이 없다'며 정부가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된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15년 만에 9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배경이다.

▲법안내용=문화재보호구역은 고도보존법상 특별보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로 재지정된다.

특별보존지구는 건축물 신축, 증개축을 포함하는 일체의 형질변경이 금지되어 문화재 원형보존이 필요한 지구이다.

문화재보존을 이유로 건축허가 등이 불허되는 경우 문화부장관이 지정하는 사업시행자(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토지 건물 등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며, 매수청구를 받은 사업시행자는 이를 매수해야 한다.

역사환경지구는 주로 특별보존지구의 주변지역이 지정되며 역시 문화재보존으로 인해 토지, 건물 등을 본래 용도로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토지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 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체를 문화관광부장관에서 지자체장으로 바꾼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사유재산에 대한 충분한 보상으로 문화유산을 국가와 주민이 함께 보존하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 문화재정책의 대전환이라 평가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특별법 전면 시행은 2005년부터 들어간다

▲현지반응=30만 경주시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화재보호구역 주변 이주대책과 함께 고속철도 신경주 역세권 개발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사업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사유재산권을 제한받아온 25.7㎢중 사적지 주변 1천400여 가구가 우선 보상을 받게 되며, 이에 따른 사업비도 1조6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제정된 고도보존법은 시민단체가 공청회를 거쳐 마련한 당초 법안이 일부 수정된 것이다.

때문에 문화재피해대책위원장 김성수(62)씨는 "고도보존법이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벌칙 조항이 강화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손실 보상을 자치단체에 떠넘기는 독소 조항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40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아온 경주시민들은 고도보존법 제정으로 미뤘던 보상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김일윤(金一潤) 의원은 "애물단지였던 문화재가 고부가가치의 관광자원으로 바뀌고 경주의 모습이 3~5년 내에 크게 변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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