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됨에 따라 11일과 13일로 예정됐던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사표를 내고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김진표(金桭杓)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당장 11일로 소집된 농림해양수산위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그동안 현안인 FTA를 처리하고 난 뒤 개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FTA를 처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총선에 출마한다는 경제부총리를 바꾸기가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러나 국회가 FTA 비준안 처리를 다시 16일로 연기하자 청와대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장 15일이 공직후보의 사퇴시한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의 후속개각을 미룰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 부총리 등의 출마를 재고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제부총리 등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의 처리가 무산된 직후 논평을 통해 "또 다시 처리가 무산돼 매우 안타깝다"면서 "국회가 조속한 시일내에 국익을 위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0일 오전 노 대통령과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진들이 논의를 거쳐 개각시기 등에 대한 입장을 조율한 끝에 예정대로 11일 중으로 개각을 단행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개각을 늦추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오늘 오후는 물리적으로는 어렵다"며 11일 중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불행히도 국회에서는 하나도 일이 성사되는 것이 없다"며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11일 개각이 단행되더라도 김 부총리가 농해수산위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은 "공직 사퇴시한이 15일이므로 내정자를 그날 발표하고 후임자가 공식 임명되기 전까지 현직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FTA 처리 무산에도 불구하고 개각을 늦춰 공직후보사퇴 시한에 임박해 개각을 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참모들의 의견에 따라 예정한 일정대로 개각을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현안이 처리되지 않았는데도 '총선용 개각'은 차질없이 단행한다는 비판여론에도 적잖게 신경쓰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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