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철강.금속 원자재 품귀

9일 낮 대구 성서공단내 한 소규모 섬유기계부품 가공업체. 이 업체 직원 이시근(47)씨는 "가뜩이나 섬유업체가 어려워 일감이 없는데 자재값까지 올라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씨 업체는 섬유업체에서 기계부품 주문이 오면 금속을 가공, 부품을 납품하는데 최근 부품의 주재료인 스테인레스 가격이 폭등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춰내기 힘들다는 것.

"작년 이맘때 스테인레스 가격이 kg당 2천원대였는데 지금은 3천500원씩 합니다.

염색기계에 들어가는 롤러가 주력 품목인데 자재 가격이 오르니까 염색업체들이 기계 고장이 나도 수리해서 쓰지, 교체를 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문을 열어놓는데 사실은 이민 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씨는 바닥 경기에다 원자재값까지 올라 중소업체가 다 죽어간다고 했다.

바로 이웃한 부근의 닥트 제조업체. 이 곳 사장인 전순복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

일감은 없고 자재값만 올라 영세업체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것.

"함석 매트값이 작년만해도 7천원 내외였는데 요즘엔 1만2천원씩 합니다.

일거리도 없는데 자재값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니 답답합니다.

제가 어떻게 타개책을 마련하긴 어렵고 '봄되면 나아지겠지'하고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전씨는 앞이 잘 안보인다고 했다

성서공단에서 만난 '쇠 만지는 업체' 관계자들은 쇠라는 쇠는 모두 값이 올라갔다고 했다.

그것도 조금 오른 것이 아니라 돈 줘도 물건을 구하기 어려울만큼 폭등했다는 것.

올 해로 40년째 고철 수집을 해왔다는 성서공단내 대원중고철재 채한기(63) 사장은 올 해만큼 쇠 구하기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했다.

고철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고철 대용이 되는 중고 금속 자재도 덩달아 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

"요즘요? 고철은 kg당 90원 하던 것이 210원까지 올랐고 중고자재는 kg당 200원 하던 것이 300원을 줘도 찾기 어렵습니다.

최근엔 리어카로 고철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사라졌어요. 그만큼 고철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요즘같으면 정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채씨는 고철 수집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대구 산격동의 신원주물공업 이태훈 대표는 "고철이고, 선철이고 모두 올라버려 이대로 가면 설비를 못돌릴지 모른다"며 "원자재 가격 폭등과 관련, 청와대 인터넷에까지 업체 관계자들의 아우성이 올라가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구.경북비철금속조합 서정달 차장은 "비철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납품이 어려워질까봐 제품 출하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보니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 많은 업체들이 영업정지 직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심승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금의 원자재 파동은 중국 경제의 부상과 미국.유럽경제의 활황으로 생긴 것인데 우리 정부와 업계가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지 못해 결국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세계 경제를 읽는 눈을 길러야하며 장기적으로 원자재를 덜 소모하는 기술을 개발, 산업구조도 개편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철강자재 품귀현상으로 값이 치솟는 가운데 9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내 한 철강 고물상을 찾은 건축업자들이 중고자재를 고르고있다.김태형기자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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