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령시장 애물단지 동상징문

대구시 중구 남성로 약령시장 동편 상징문 건립 사업이 인근 상가 주민들간의 찬반 갈등으로 공사 시작 1년이 넘도록 공사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002년 말부터 시작된 상징문 공사는 건립을 요구하는 약령시보존위원회측과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으며 법원은 지난해 4월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해 9월 이를 다시 받아들인뒤 지금까지 공사는 중단되고 있다.

특히 대구지방법원의 본안 심판을 남겨두고 있지만 1심 판결이 나도 다시 항소와 상고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구시와 중구청도 '민원을 해결하고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언만 할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징문 양쪽기둥을 세우다 중단된 공사장 주변에는 철골구조의 틀이 세워져 있고 노점상 등이 자리를 잡고 영업중이며 기둥근처 곳곳에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인근 한약방 주인 박병훈씨는 "상징문 공사로 그동안 받은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누가 자신의 집앞에 엄청난 크기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화장품가게 주인인 정진수씨도 "동쪽 상징문이 약령 서문보다 더 규모가 크며 좁은 골목에 3층 건물높이, 지붕만 30여평인 상징문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약령서문을 세울 때는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절차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약령시보존위원회 조부환 이사장은 "약령시장 현대화사업 기금 100억원 중 동쪽 상징문에 4억원이 배정됐다"며 "상징문 주변 4곳에서만 한발 물러나 양보한다면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문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상징문 건립 반대측은 "사찰에서 처음 통과하는 문을 일컫는 일주문이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고 불교계나 시민단체도 명칭의 부적절성을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구청측과 보존회측은 "보다 큰 의미에서 집이나 서원 및 향교 등의 입구 양쪽기둥에 세운 문을 일주문이라 부른다"고 반박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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