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코앞...'로고 송' 열풍

'유권자들의 귀를 사로잡아라'.

오는 4월은 전국이 온통 '오나라' 천지가 될 것 같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를 패러디한 '물갈이 노래'가 네티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이 곡을 '선거 로고송'으로 쓰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로고송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함축된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선거 운동 방법이 됐다.

로고송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과시하던 97년 대선 당시부터 현재까지 그 다양하고 기발한 변화상을 살펴본다.

#로고송, 기지개를 켜다-2000년 총선 이전

대중가요가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된 건 오래전부터지만 선거 로고송의 위력을 처음 확인한 건 97년 대선이다.

새정치국민회의가 당시 상종가를 치던 'DJ DOC'의 노래를 'DJ와 함께 춤을'로 개사해 적극 활용했고 이는 김대중 후보가 낡은 이미지를 엎고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98년 6.4 지방선거에선 국민회의가 '맨발의 청춘' '사랑의 트위스트' 등 10여곡을 로고송으로 썼다.

한나라당은 '짱가' '소양강처녀' 등 6곡, 자민련은 '서울찬가' '만리포사랑' 등 8 곡을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특히 자민련은 '새 마을 노래'를 로고송으로 사용,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당시 로고송은 인기 가요, 만화영화 주제가 등 다양했지만 개사하기 쉽고 유권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가요가 주류를 이뤘다.

#전국을 강타한'바꿔'열풍-2000년 4.13총선

'이제 새천년이 되었어/ 모두 변해가고 있는데/ 눈과 귀를 막고 문을 닫은 곳 하나 국회(중략)/ 바꿔, 바꿔, 바꿔 정치를 다 바꿔/ 바꿔, 바꿔, 바꿔 국회를 다 바꿔/ 바꿔, 바꿔 이제는 다 바꿔'.

세상을 야유하는 도발적인 가사, 강렬한 테크노 리듬. 이정현의 '바꿔'는 선거판을 일시에 뒤집어버렸다.

'바꿔' 열풍은 총선시민연대가 이 노래를 낙천, 낙선 운동의 캠페인 송으로 채택하면서 더욱 맹위를 떨쳤다.

수십여 명에 이르는 출마자들이 '바꿔'를 로고송으로 쓰는 통에 가사만 다른 '바꿔'가 거리를 메웠을 정도. 당시 '바꿔'의 사용료는 400만원. 하지만 낙천.낙선 명단에 오른 후보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작곡가들로부터 저작권 행사를 위임받은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가 낙천.낙선운동 대상 정치인들이 사용할 경우 사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고송,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2002년 6.13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

월드컵으로 냉랭하기 그지없던 6.13 지방 선거는 물론, 16대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지나치게 많은 곡을 천편일률적으로 내놓아 파급효과는 미미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클론의 '월드컵 송'과 왁스의 노래를 나란히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한나라당은 왁스의 '오빠'를 '뽑아 한나라 뽑아'로 바꿔 붙였고 민주당은 '머니'를 '뭐니 뭐니 해도 2번, 개혁의 희망은 2번'으로 개사했다.

16대 대선 당시 주요 후보 진영은 각각 7, 8곡 이상의 로고송을 만들어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회창 후보는 가수 태진아가 부른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노랫말을 바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베이비복스의 '우연'을 패러디한 '필연',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를 재구성한 '승리의 트위스트' 등을 내세웠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캐럴인 팰리스나비다드에 노랫말을 붙인 '투표를 해요',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 '타이 어 옐로 리본 라운드 올드 오크 트리(Tie a yellow ribbon round old oak tree)' 개사곡인 '노무현의 희망리본' 등 7곡의 로고송을 만들었다.

보수.기성 세대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이회창 후보가 트로트 가요 개사곡이 많았던 반면 노무현 후보는 포크송이나 팝송을 번안한 로고송에 주력했다는 점이 특징.

#17대 총선, 어떤 곡이 뜰까?

올해의 로고송 0순위는 '오나라'다.

이 곡은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로 이번 총선의 로고송으로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 당은 저작권 문제를 고려해 아직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도시형, 농촌형을 구분하지 않고 당의 일관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곡으로 2, 3곡을 주중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때 배호씨의 '배신자'를 선거 로고송으로 검토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며 다음 주나 되어야 대체적인 윤곽이 잡힐 예정. 열린 우리당은 지난 11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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