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韓國勞總)과 민주노총(民主勞總). 우리나라 노동계의 양축(兩軸)인 이 두노총 관계는 치열한 대결의 반복이다.
지난 95년 민주노총 결성이후 양 노총은 표면상으로는 협력관계의 유지였지만 속사정은 대결 지향의 자세 그 자체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수 없는 사이로까지 치달은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출범 환경부터 극명한 차이가 있어 서로 보조를 맞추기엔 참으로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의 행적을 봐도 그렇다.
그런대로 협조상태였던 분위기가 지난 2002년에 결정적으로 깨어진다.
그해 2월 철도.가스.발전 등 3개 공기업노조의 파업돌입때 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공동보조를 취했다.
하지만 파업후 열흘이 되기전에 '개.고양이 사이'처럼 변했다.
당시 한국노총 산하였던 가스노조, 철도노조는 파업 사흘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공기업 파업의 중추적인 노조인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 민주노총산하의 발전노조도 뒤따를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발전노조는 똘똘뭉쳐 열흘이 넘도록 파업을 계속했고 결과물(結果物)은 한국노총과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 파업중단과 계속이 몰고온 성과와 상대적 상실은 엄청난 조직확대, 위축을 불러왔다.
가스노조와 철도노조는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한 것이다.
정부와 관계설정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사례는 노사정 위원회 참여, 불참일것이다.
지난 98년 김대중정권 출범후 양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었다.
민주노총은 곧 탈퇴를 선언한 이후 지금도 장외(場外)에 있다.
한국노총은 몇번 탈퇴를 했으나 노사정위원회를 외면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며 다시 복귀했었다.
겉으로 나타난 상황으로 보면 한국노총은 정부와 적정한 타협을 통해 실리(實利)를 취하는 쪽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면돌파형으로 분석한다.
과격한 투쟁, 선명성 우위에 몰입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세력확대가 돋보인다.
민주노총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한국노총이 관심 밖이라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최근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에 딴목소리를 낼 것은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시간외 근무 줄이기 운동을 벌여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안(案)이다.
주 40시간 근무 제도에 따른 인원확충과 시간외 근무시간을 줄이면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언뜻 일리있는듯 보이지만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올해부터 주(週) 40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데 과연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개별사업장에서 시간외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부정쪽에 무게가 실린다.
임금 억제는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 원칙적인 논리다.
대기업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의 형편을 고려한 인상이 짙다.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일자리 협약'은 있을 수 없다.
실업대란 등 현실을 감안한 협약이라는 기대가 보편의 사회정서다.
한국 노동운동의 취약점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통합이 강성(强性)의 논리에 곧잘 매몰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게 산업현장의 목소리다.
노사관계도 협상과 타협이 큰 원칙일진대 이런 관계설정은 어용(御用) 시비와 맞물려 타협을 좀체로 이끌어 내지 못한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조합원 의견존중, 합리적인 방안모색 등이 일정 규칙을 토대로 이끌어 내야한다.
특정간부에 휘둘러지는 비(非)민주적 절차가 남아있다면 '후진 노동운동'의 역기능이 조직결속력에 악영향은 분명한 일이다
민주노총이 계속 장외(場外)에 남아있을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빠져있다.
양대노총의 한 주체로서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로 노사정위가 개편되면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이 정치적인 수사(修辭)로 들린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잣대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요령 부득이다.
'우리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자'는 '이수호 체제' 공약실천도 현장참여 외면으론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닌가. 노사정 위원회의 정책결정 등에 줄곧 외면할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전략.전술 차원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이 상태의 장기간 지속은 고립을 스스로 불러 들이는 요인도 된다.
지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되는게 없는 나라다.
노사정 '일자리 협약'도 삐끗하고, 정부나 정치권이 온통 총선에 넋이 나가 제구실을 못한다.
민주.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대승적 차원의 접근과 합의를 기대한다.
아일랜드 식(式)등 모방이 아닌 우리의 일자리 협약, 우리 노동 운동의 창출 정녕 안되는 것인가. 실정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국회의원을 '탈옥시키는 정당'이나 여당이 무엇인지 개념정리도 안된듯한 '열 받친 정당',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갈팡질팡 정당', 이젠 기대 안한다.
최종진(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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