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분양가 인하 시대

주택분양시장 침체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택업체 스스로가 아파트 분양가격 거품 제거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로 민간 주택업체들이 그동안 과잉 분양수익을 챙겨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 한 주택업체가 아파트 분양가격을 2002년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선언, 동종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주)태왕이 작년말 청약자모집에 나섰으나 20%대 계약률에 그친 수성구 범어동의 '태왕리더스 명품'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돌입한다고 전격 발표(본지 11일자 9면 보도)했다.

34평형과 48평을 당초 분양때보다 가구당 1천500만~2천만원 낮춰 공급하겠다는 것. 34평형을 당초 2억1천550만원에서 1억9천900만원으로 내렸다.

이는 매일신문이 수 차례 제시한 수성구지역의 33, 34평형의 '눈높이 분양가격'이다.

이에 대해 주택청약 대기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면서 쌍수를 들어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주택.부동산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하반기 청약접수에 나서 미분양물량을 상당량 남겨둔 주택업체들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비싸게 매입한 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가를 들어올린 결과 계약률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금액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옆에서 분양가를 깎아파는 것은 상대업체는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불만이다.

작년말 이후 분양된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대해 실수요자들에게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질리 없다"면서 매매를 주선한 부동산업소의 경우도 할말이 없어진 탓인지 시큰둥한 표정이다.

태왕의 이번 게임(?)은 침체된 분양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한 업체가 분양가 인하 물꼬를 트면 다른 업체도 뒤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주택업체들이 일제히 '눈높이' 분양가를 책정, 지난 4개월간 침체일로를 걸었던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

주택업체들 스스로 수익규모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신선한 발상, '윈-윈' 전략을 쓸 시점이다.

황재성(경제부)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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