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나지 않은 참사의 아픔-(하)'철저한 방재 시스템을'

'엄청난 희생이 단지 안타까운 참사로 끝나버려서는 안됩니다'.

대구지하철참사 1주년을 며칠 앞둔 요즘,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주변이 다시 시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각종 추모 행사와 함께 대형 재난에 대비한 세미나 등이 잇따라 열리고, 정부와 대구시는 '참사의 도시'를 '안전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방재 테마 공원 등 중앙정부 관련기관의 대구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 시민들이 느끼는 대구의 안전도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또한 추모공원 조성 등 추모 사업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남은 과제들을 살펴본다.

△추모사업=참사 직후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건의를 수렴해 가장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였지만 재원마련 및 부지선정 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추모사업의 핵심 과제는 △추모묘역 조성 △안전교육관 건립 △추모벽 및 위령탑 설치 등 세가지.

이 중 추모 묘역 조성은 시와 희생자대책위가 합의해 대구 수성구 삼덕동에 900여평 부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지만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또 당장 추진에 나서더라도 관리계획 수립 및 결정 등 절차에 약 400일, 공원 조성 공사기간에 140일 정도 등 일러도 20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 희생자 추모묘역 인근에 지어질 안전교육관은 500억원의 예산으로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 일대 1만5천평 부지에 연건평 3천여평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지하의 추모벽 설치는 지난해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었으나 부상자들이 사고 모습을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연되고 있다.

특히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가 희생자대책위, 2.18참사유족회 등 2곳으로 나뉘어 있고 부상자들도 서로 다른 주장을 보이고 있어 희생자 관련 단체의 통합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손꼽힌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피해자 가족기구가 보상협의 때까지 대책위원회 형식으로 있다가 보상합의 이후에는 유족회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친목형식의 모임으로 전환했다.

△보상 문제=희생자 192명 중 신원미확인 6명을 제외한 186명의 유족에게 최고 6억6천200만원에서 최저 1억원, 평균 2억5천만원 선에서 모두 464억원의 손해배상금이 지급됐다.

또 부상자 133명은 최고 3억4천100만원에서 최저 600만원, 평균 1억원으로 모두 133억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국민성금 668억원의 배분 문제는 아직도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희생자 유족에게는 1인당 2억2천100만원씩 모두 411억원이 지급됐으나 부상자들은 전체 133명 중 12일 현재 절반수준인 67명만이 합의를 이뤄 44억원이 지급된 상태. 아직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상자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고통을 감안하면 희생자에 준하는 금액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부인이 참사 때 부상을 입은 김성길(60.북구 칠성2가동)씨는 "아내가 사고 후 가사생활이 불가능한 데다 집안에 거의 누워만 있어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금전 보상뿐 아니라 부상자들의 사회 적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안전책=참사 이후 시는 지하철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달성군 화원유원지 일대 27만1천평에 국비 200억원을 지원받아 전시관과 국민안전체험관 등을 갖춘 방재 테마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안전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아직 차갑다.

11일 경일대 소방방재IT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지역민 772명을 대상으로 '재난.사고에 관한 의식'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대구시의 안전대책에 대해 66%가 허술하다고 답했다.

또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77%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특히 재난 및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체의 41%가 안전불감증을 꼽았고 예방정책부재 18%, 낙후시스템 16%, 안전교육부재 9% 순이었다.

대구 한의대 최상복 교수는 "대형 재난은 모두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며 반드시 원인이 내재돼 있다"며 "대구지하철 참사도 예외는 아니며 또다른 재난을 막기 위해 시와 관계기관 등이 안전사고에 대비,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