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 사람 배아줄기세포 배양성공 의미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사람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배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낸 것은 복제기술을 이용한 질병치료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생명과학자들이 이종간 배아복제에는 여러 차례

성공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이를 처음 확인했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까지의 연구과정과 의미, 윤리문제, 향후 과

제 등을 살펴본다.

◆ 사람 배아줄기세포 어떻게 만들었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신선 배아를 사용하거나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녹여 이용하는 방법

△ 인간의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 △

인간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同種)간 핵이식 기술 등이다.

이번 연구에는 이 가운데 인간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간 핵

이식 기술이 사용됐다. 신선.냉동잔여 배아로부터 얻어진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면에

서 좀 더 자유스러울 수 있지만 환자에 이식할 때에는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종간 핵이식에 의한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의 유전

자가 들어가 있지만,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아 바이러스 전염

등의 문제 때문에 실제 임상적용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한양대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연구계획을 승인 받아 10여명의

자발적 난자 공여자로부터 총 242개의 정상난자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난자제공자와 같은 사람의 난구세포(체세포)

를 난자에 주입, 핵이식 난자를 만든 뒤 전기자극을 통해 세포융합을 유도했으며,배

반포(복제배아) 단계까지 발육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때 배아복제된 난자는 치료용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공 모양의 세포덩

어리'와 태반으로 형성되는 '영양배엽세포'로 갈라지게 된다.

여기서 내부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는 배반포단계까

지를 '치료용 복제'라고 하며, 배반포기 단계의 난자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시키면

이 는 '생식을 위한 인간개체 복제'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총 30개의 배반포를 얻었으며, 최종적으로 1개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지금까지 동물의 난자와 사람의 체세포를

섞은 방법으로 배아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람의

난자에 본인의 체세포를 넣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

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과학적 쾌거"라고 말했다.

◆ 윤리문제 없나

이번 연구결과는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과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복제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 인간복제로 있는 점에서 향후 인간개체복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및 세계 각국의 윤리규정을

참고하여 인간개체복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연구방침을 정했고, 한양대학교 임

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연구계획을 승인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로부터도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최소

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조차도 윤리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소와 돼지 등 그동안의 복제연구 경험에 비춰볼 때 복제 생명체

는 심장중격결손, 간장종대, 뇌수종증 등과 같은 치명적 장기결손 사례가 많이 발생

하는 등 과학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종교나 철학 이전에 기술적 측면에서도 인간복제의 시도는 결

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책임자이자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인 서울대 문신용 교수는 "의학자로서

이번 연구 이외의 대안이 없는지 고뇌와 고뇌를 거듭하다가 고통받는 환자에게 희망

을 주고 과학기술의 신기원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향후 전망 및 문제점

과학자들은 그동안 배아줄기세포가 인체의 210여개 장기로 발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세포를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면 뇌질환에서 당뇨병,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노력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는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

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임상적 치료에 적용할 경우 파킨슨씨병, 뇌졸중

및 치매 등 뇌신경질환, 뇌척수손상, 관절염 등 운동장애, 그리고 당뇨병 등의 담도

췌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신용 교수는 "이번 기술을 응용하면 배아나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 체세

포의 분화과정을 변화시켜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될 수 있다"고 말

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이번 연구가 기존의 전통적 치료

의학에서 세포치료의학으로 바뀌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극복돼야 할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동종간 체세포 핵이식 배아로부터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인간의 난자가 필요하지만, 사람의 난자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상 여성의 경우 1개월에 1인당 10~15개의 미수정 난자가 배출되는 데다, 건강

한 난자 채취를 위해서 여성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이 같은 과정을 거치더라도 배아줄기세포로 배양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는 황 교수팀이 242개의 난자에서 30개의 배반포를 얻

고도, 정작 배아줄기세포는 1개를 확립하는데 그친데서 알수 있다.

결국 이번 성과는 치료용 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수많은 각종 난치

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분화배양기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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