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왕은 일찍이 거미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나 집을 짓는 불결하고 쓸모도 없는 곤충이라고 생각을 해 왔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전쟁에서 적에게 포위되어 피신할 곳을 찾다가 궁여지책으로 한 동굴 속에 숨었다.
이 동굴 입구에는 거미 한 마리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를 뒤쫓던 적군이 동굴 앞에까지 이르렀는데 거미가 동굴 입구에 집을 지어 놓은 것을 보고는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쓸모 없다고 생각한 거미가 결국 다윗왕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며칠만 비워 두어도 쓸데없이 집을 짓고 있던 거미를 털어 내다가 문득 다윗왕의 얘기가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나와 관련이 없다면 배척하고 어떤 것은 존재 가치까지 거론을 하며 의미의 유무까지 생각한다.
자신도 피조물인 것을 잊은 채….
길을 걸을 때에는 함박눈의 아름다움에 취하다가도 운전을 할 때면 질척거리는 찻길에서 눈이 온 것을 원망하며 자신을 위주로 살아가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고…'.
자연은 신비하게도 스스로 늘 변하고 있다.
보름달이 떠올랐는가하면 어느새 칠흑 같은 깜깜한 밤이 이어지고 또 새롭게 초생달이 떠오른다.
입춘이 지났으니 몸을 움츠리게 하던 겨울도 이제 서서히 물러갈 것이다.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들과 같이 곤충이나 동물도 겨울잠에서 깨어날 테지. 작은 것 하찮게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존재의 필요에 의해서 제 각각 자리를 지키며 봄을 노래할 것이다.
그 자연의 이치마저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안다.
쇠가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나무들이 두려워 떨었다고 한다.
하느님이 나무에게 말했다 '염려하지 마라 너희들이 자루를 제공하지 않는 한 쇠는 너희들을 상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신은 모든 사물을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서로 기댈 수 있을 때 조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것이란 없다는 말을 믿어야 할 것 같다.
구연옥 시인.덕촌보건진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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