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사만 교수 '쉽게 고쳐 쓴 우리 민법' 발간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어의 영향으로 어법상 잘못된 표현이 많은 우리 민법 조문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빨리 개정돼야 합니다.

그래야 일반 국민에게 더욱 친숙한 민법으로 법리적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홍사만(洪思滿.60) 교수가 그간 우리나라 민법 조문에 남아 있는 일본어식 용어와 문체를 연구해 '쉽게 고쳐 쓴 우리 민법'(국립국어연구원 발간)이란 책을 제자인 김문오 학예연구사(국립국어연구원 재직)와 공동으로 출간했다.

모두 605쪽으로 된 이 책에서 홍 교수는 1958년에 제정된 우리 민법 1천118개 조문을 일본의 명치(明治 1868~1912)시대에 나온 일본 민법조문과 대조해 그 어휘와 형태.문법과 표현 면에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요소들을 분석해 내고, 이를 대조언어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에서는 김문오 학예연구사가 현행 민법 전문 1천118조와 부칙 원문을 한글로 새로 쓴 순화안을 대비표로 제시했으며, 2부에서는 홍 교수가 우리 민법에 남아 있는 일본식 용어와 문체를 250여 쪽에 걸쳐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566조의 '起算(기산)하다'는 '헤아리다'로, 53조의 '邂怠(해태)하다'는 '게을리 하다' 등으로 풀어썼다.

홍 교수는 "일반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현행 민법 용어는 그동안 국어 문법에 맞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많고, 일본 민법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일본식 용어와 문체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한글 한자 혼용 표기'를 취하고 있어 국민의 70∼80% 가량을 차지하는 한글 세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법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 이런 문제 때문에 그동안 법제처에서 '법령 용어 순화 편람'을 펴내기도 했으나 추가적 수정.보완이 미비해 실제 법률의 개정.제정 과정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책의 제목도 전면개정을 대비해 '쉽게 고쳐 쓴 우리 민법'으로 정했다"는 홍 교수는 "이 책이 앞으로 국회와 법무부.법제처 등의 검토를 거쳐 수년안에 개정될 민법 표현의 지침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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