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의 문을 연 사람들이 있다.
대구기상대의 일기 예보관들. 봄이 오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상하는 꽃 전선을 분석, 아시아에서부터 유럽을 잇는 하나의 꽃반지를 그려 놓았다.
하지만 올 봄에는 유난히 황사가 많을 것으로 분석돼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기상정보가 조금만 틀려도 항의전화가 빗발칩니다.
그만큼 날씨가 시민생활, 산업활동과 밀접하고 기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의 방증이겠지요".
조지 스튜어트는 소설 '폭풍우'에서 "건초 수확기의 뇌우는 내각을 뒤엎고 조그만 기온의 변화는 왕좌를 위협한다"고 적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시대에는 질병이나 재해가 사회불안의 요인이었고 막무가내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원인도 위정자의 탓으로 돌려 하늘을 원망하기만 했다.
첨단과학시대인 현대에도 기상재해는 예전보다 더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기상정보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고 업계도 '경기 3할, 일기 7할','경기보다 매기, 매기보다 일기'라는 말을 흔히 할 정도로 기상에 민감하다.
대구기상대의 예보관련 작업은 대장을 포함해 예보관, 예보사 등 7명이 한다.
기온, 풍속, 풍향, 습도에서부터 식중독.불쾌.부패.자외선지수 등 다양한 기상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성주 참외, 군위 사과, 고령 딸기영농조합 등 날씨정보를 필요로 하는 관계기관에 기상특보도 제공하고 있다.
예보는 관측자가 현지의 기상상황을 관측하는 작업부터 출발한다.
낮시간대는 매시간, 저녁에는 3시간 간격으로 상황을 측정, 데이타를 기상청으로 전송한다.
기상청은 이 자료를 슈퍼컴퓨터로 분석.가공하고 등온선, 등압선 등을 표기한 일기도를 만든다.
이 자료는 다시 지역기상청으로 전송돼 각 지방청은 일기도를 바탕으로 3일, 주간, 월간 기상을 예보한다.
우리 나라의 기상예보 수준은 내륙 92%선, 해안은 80% 이상 정확히 예측할 정도로 선진국 수준이다.
기상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은 적은 인원으로 24시간 교대근무, 태풍, 장마철 비상근무 등 쉴 틈이 없다.
이처럼 고생을 하는데도 시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는다.
때로는 60회선의 기상안내 전화와 사무실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비난전화가 빗발친다.
비가 안온다고 예보를 해 인력시장 인부를 불러오거나 야유회를 갔다가 비가 오는 경우 대구기상대에 화풀이를 해댄다.
직원들은 시민들이 결정적인 때 한번 틀리면 기상대의 예보가 모두 엉터리인 것으로 비난할 때는 힘이 쭉 빠진다.
예보사 이봉규(33)씨는 "욕을 많이 먹어 직원들끼리 기상인들은 오래 살겠다고 농담을 하죠. 시민들이 욕설을 하더라도 맞대응하면 안되고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수긍합니다"고 말했다.
2, 3년 주기로 전근을 하고 비상근무가 잦다 보니 '사람구실'하기가 쉽잖다.
예보관 김종현(51)씨는 "울릉측후소에 근무할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임종도 못했고 집안행사에 제대로 참석할 수가 없어서 본의 아니게 불효자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날씨가 시민생활을 좌우하면서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2002년 600여건이었던 기상증명이 지난해는 1천400여건으로 늘었다.
잦은 비와 태풍으로 피해를 본 건설업체나 보험분쟁이 생긴 경우 기상증명을 받아 보상을 받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는 태풍 '매미'로 인한 기상증명 발급이 봇물을 이루었다.
천재지변의 경우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상증명을 통해 구체적인 제시를 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도 있어 기상증명이 유용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민원업무를 맡고 있는 임수정(29)씨는 "신이 아닌 이상 기상을 100% 정확히 맞힐 수는 없지요. 정확한 예보로 혜택을 입은 시민들이 고마움을 표시할 때는 보람이 큽니다.
날씨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예보관이 되려면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대학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6년간의 실무를 거치면 예보사가 되고 다시 15여년을 근무해야 베테랑 예보관이 된다.
무엇보다 실무경험이 중요시되는 기상업무의 특성탓이다.
시민들의 기상욕구가 커지면서 대구기상대는 많은 과제도 안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의 일기예보는 부산기상청이 맡고 있다.
이 지역과 부산의 기상여건은 판이하다.
부산은 해양과 연안 기상업무가 중심이지만 대구.경북은 내륙과 산악을 지형적 특색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 대전, 강릉처럼 지방기상청 승격이 가장 시급한 숙제다.
지방기상청으로 승격되면 국지적인 날씨정보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기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최진택(56) 대구기상대장은 "청으로 승격되면 기상레이더, 자동 날씨측정시스템, 수직측풍기 등 첨단장비가 도입되고 시민 피부에 와닿는 상세한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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