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돈기자의 청송'꽃돌' 채취.연마 체험

돌을 돌같이 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돌도 돌나름. 가공하기에 따라선 돈덩이가 되기도 한다.

돌속에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장미, 해바라기, 국화가 붓으로 그린 듯 돌속에 자리잡고 있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한 청송꽃돌. 보석으로 통하는 꽃돌(화문석) 생산량의 90% 이상은 청송읍 소재지에서 20km 떨어진 진보면 신촌리 청송꽃돌 특산단지에서 난다

회원 10명이 공동 경영하는 꽃돌 특산단지는 IMF 한파가 오기전만해도 주문이 쇄도했으나 지금은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다.

1980년쯤 34곳의 청송꽃돌 판매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14곳 뿐이다.

첩첩산중 꽃돌 광산

"청송 꽃돌은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고와진다"는 신촌 꽃돌특산단지 10여명의 회원들(회장 신형환.46)은 각자 꽃돌 예찬에 분주하다.

하나쯤 장식용으로 가져가고 싶은 욕심과 회원들의 자랑을 뒤에 두고 첩첩 산중에 있는 꽃돌 광산으로 출발했다.

신촌 특산단지에서 화물차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태행산(해발 930m) 중턱. 채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80kg의 육중한 몸으로 비좁은 막장 속에서 꽃돌 원석 채취부터 시작했다.

신출내기는 어디서든 표시가 나는 법. 신 회장은 "바위 전체가 꽃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맥을 찾아 선별해서 채취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한 곳을 지정해 주었다.

꽃돌 광산은 천장이 낮다.

엎드려야 겨우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한눈에 작업환경이 쉽지않음을 알 수 있고, 또 아찔아찔해 보이기도 한다.

꽃돌 원석을 잘 캐볼 요량으로 바위에 정을 꼽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듯했다.

요령이 없어 힘으로 아무리 정을 때려도 꽃돌은 떨어지지 않고 정만 바위틈에 박혀버렸다.

18년 베테랑 한수 지도

"그래가지고서야 오늘 중으로 물건 될 만한 꽃돌 한덩어리 캐겠느냐".

18년째 원석을 찾았다는 신진희(48)씨가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한참 망치질을 하다보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망치질한 손이 저려온다.

눈물나는 망치질 끝에 청송꽃돌 원석 채취에 성공했다.

요령을 터득한 덕이리라.

돌같은 원석 한덩어리를 품에 안고 나니 모든 것을 성취한 기분이다.

무게만도 60kg. 이젠 황금보다 더 귀한 원석을 소중하게 들고 좁은 광산을 빠져나와 조심조심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야한다.

쉴틈도 없이 다시 평지에서 나무지게를 이용해 화물차까지 옮겼다.

두다리를 후들후들거리며 1t 가량의 원석을 화물차에 옮겨싣고 나서야 미리 준비해온 중참이 나왔다.

중참이라야 청송막걸리이지만 땀을 흘리고 난 뒤 마시는 한사발은 꿀맛이다.

정성으로 예쁘게 피어

가공공장으로 옮겨진 꽃돌 원석은 다시 거대한 대형 톱 앞으로 옮겨진다.

굉음과 함께 원석이 둘로 나눠지자 돌 속에는 신기하게도 어느새 장미꽃이 활짝 피었다.

18년째 꽃돌을 다루었다는 유치시(51)씨는 "돌같이 보라고 하지만 청송꽃돌은 돈보다 몇배로 귀하고 보석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자랑했다.

쪼개진 꽃돌을 연마실로 옮기는 일은 신참들의 몫이다.

윤경희 도의원(청송군 한나라당)과 함께 손수레를 이용해 원석을 연마실로 옮겼다.

윤경희 도의원은 도의회 차원에서 청송꽃돌 해외유출을 막는 방안을 찾기위해 현장을 찾았다.

마지막 원석을 옮길때쯤엔 지칠때로 지친 몸이 되어 높이 20cm 정도의 문턱조차 오르기가 어렵다.

무게보다 잘라놓은 돌에서 피어난 꽃을 보는 순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이 더 피로하게 만들었나 보다.

"정성을 다해 다듬어야 꽃돌의 입체감과 무늬가 선명해집니다".

특산단지의 막내 조동구(33)씨가 연마기로 원석을 갈아내자 꽃무늬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송꽃돌은 연마기술에 따라 꽃의 무늬가 달라집니다".

최고 수천만원 호가

이어지는 연마작업으로 숨이 막힐 듯 피어나는 먼지 속에서 신회장이 자랑하듯 말을 했다.

아름다운 장미꽃 한송이를 돌 속에 피게하는 일이 간단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하나의 바위에서 숙련공의 손길을 거쳐 마무리 손질까지 끝나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붓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청송꽃돌. 아마 이 아름다운 장미꽃 한송이도 사람의 눈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휼륭한 장식물이 될 것이다.

가격은 수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까지. 꽃이 실물에 가깝고 정교할수록 비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꽃돌이 많이 알려지지않아 일부 수집가들이나 일본.대만 사람들의 손에 의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꽃돌인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장이나 박물관 건립이 절실해 보였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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