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회에서 "현재의 경기 상황이 매우 어렵고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끌고 가면 올해 5%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수장(首長)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비관론을 피력한 것은 국민을 당혹하게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의 정확한 현실 인식에 오히려 믿음이 간다.
그동안 얼마나 숱한 경제관료들이 장밋빛 미래로 국민을 호도했으며 연초에 약속한 경제목표치가 제대로 실현된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 지를 생각해보면 이 부총리의 솔직한 발언에서 되레 '발전적인 미래'가 보인다.
경제는 곧 신뢰다.
경제 정책에 믿음이 없고 온통 정치적 수사(修辭)로 포장돼 버리면 국민은 정부를 '늑대 소년' 취급할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엉망인데 '좋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국민은 절망감에 빠진다.
당장 지난 해를 보더라도 5%대 이상 성장을 장담했건만 결과는 2.9%에 그치지 않았는가. 국민과 정부가 이렇게 손발이 따로 논다면 합리적인 성장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정부는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는 명목으로 터무니 없는 목표치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욕심으로 되지 않는 것이 경제가 아닌가. 철저한 자기반성이 바탕돼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도 참여정부 1주년 경제성적표를 '경제성장률 3% 내외, 신용불량자 370만명'이라며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를 계기로 새 경제팀은 정책에 일관성과 지속성을 부여해야한다.
일자리가 없다고 당장 돈을 풀어 임시직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님을 국민도 알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되겠는가. 수년간 쌓여온 신용불량자 문제를 법적으로 구제한다고 해서 신용불량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참 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헌재 경제팀에 거는 국민적 기대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