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사(私)는 사람이 농작물(禾)을 가운데(마늘 모) 두고 독점함을 일컫는 글자다.
반면 공(公)은 가운데 둔 물건을 혼자 독점하지 못하도록 틀로 비좁게 에워싼(八) 것을 말한다.
중국의 고대사는 공과 사의 충돌, 즉 유가와 법가의 충돌이었다.
이를 유가 우파(본파)와 유가 좌파(법가)로 파악하기도 한다.
법가는 소금과 철 등의 공영을 강행하고, 호족과 대상인의 독점을 탄압했다.
이에 비해 유가 우파는 특권적 자유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유가 우파는 자본주의, 유가좌파는 사회주의 성향을 띠고 있는 셈이다.
▲약간의 모순을 안고 있지만 예기(禮記)에 나오는 대동(大同)과 소강(小康)도 이런 이념 성향을 반영한다.
큰 도가 이뤄져 사유제, 세습제가 없는 사회를 대동이라 부르고, 사유제, 세습제를 인정해 사회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소강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유가 좌.우파의 이념성향은 우파의 고후금박(古厚今薄), 좌파의 금후고박(今厚古薄)으로도 구분된다.
유가 우파가 과거지향적이고, 유가 좌파가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이다.
요즘으로 치면 우파가 보수주의자, 좌파가 진보주의자에 가깝다.
▲이처럼 보수 진보의 성향은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에게 나타나는 의식의 흐름이다
우리 사회에도 DJ정권 이후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분명하게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즈음해서는 진보가 폭죽 터지듯 시대의 큰 흐름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념성은 경직과 폐쇄라는 맹점을 지적받아 왔다.
일부 논자들은 수구적 보수와 수구적 진보만 있다고 비판하기까지 한다.
▲그 타격은 진보진영에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네티즌 여론 투표에서 보수로 돌아서는 젊은층들이 많다고 한다.
진보에 대한 급작스런 기대가 현실정착과정에서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진보와 보수가 현실에서는 '그게 그거'라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수구적 보수'는 이해가 돼도 '수구적 진보'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명분론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모 일간지의 '노 대통령 1년' 국민 여론조사결과 이념성향이 2년 전에 비해 상당히 보수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2, 2003, 2004년을 비교해보면 보수는 29%에서 31%, 37%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진보는 21%에서 34%로 급신장 했다 31%로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실책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보수든 진보든 현실능력이 없는 이념성향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모름지기 국리민복을 우선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박진용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