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백제, 고구려 등 고대 동아시아에서의 수도 이전은 왕권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고대 동아시아에서의 천도(遷都)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지역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문기 경북대 교수)는 19, 20일 영남대 국제문화회관에서 '고대 동아시아의 천도'를 주제로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등 3국과 발해, 북위, 일본 등 고대 동아시아에서의 천도 이유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영호 상주대 교수는 '신라의 천도 문제'란 논문을 통해 "신문왕이 달구벌(대구)로 도읍을 옮기고자 하였으나 실행하지 못하였다"며 "달구벌로 천도하려 한 것은 왕실에 비판적인 전통 진골 귀족세력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수도로 토착세력이 미약한 달구벌을 선정했고, 강력한 왕권에 바탕을 둔 새로운 왕실를 건설하려 하였던 것"이라는 이 교수는 "천도가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신라는 새 수도 달구벌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비약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신라 역사상 천도에 가장 적절한 시기였던 삼국통일 직후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림으로써 결국 신라는 새로운 신라가 될 수 없었고, 왕실이 경주지역의 진골 귀족세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김수태 충남대 교수는 '백제의 천도'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한국 고대 삼국 가운데 천도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백제의 천도 문제를 살폈다.
그는 "고구려의 침공으로 한성을 벗어나야 하자 백제 왕실은 가장 대표적인 귀족 가문이자 자신들의 세력 기반이기도 했던 목씨 세력의 영향력에 있던 웅진 지역을 바탕으로 왕권을 새롭게 확립하려 했다"고 추론했다.
또한 김 교수는 "사비 천도는 일시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동성왕대 사비 경영과 무녕왕대 왕도 조직인 별부로 편입되는 단계적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지적하고, 최근 제기되는 익산 천도에 대해서는 "익산 지역의 정치 세력 및 불교 세력에 의해 추진된 계획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는 '고구려 국내 천도의 시기와 배경'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졸본(卒本)에서 국내(國內)로의 천도는 "태조왕 초반~중반 사이에 단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구려는 태조왕대 초반경 국가 체제를 정비하면서 압록강 중상류 일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동해안 방면에서 수취한 물자를 원활히 운송하기 위해 압록강 수로망의 요충지인 국내 지역으로 천도했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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