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몰개성

예로부터 우리 나라사람들은 첫닭이 우는 새벽이면 일어나서 하루를 열고 일을 시작했다.

특히 농촌에서는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까지 반나절의 일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경운기와 트랙터의 요란한 소리가 아침을 흔들며 온 동네를 돌아가도 늦잠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제각각의 생활 리듬이 있다.

아침형 인간이 있는가 하면 점심때가 되어야 리듬을 찾는 점심형이 있을 수 있고 저녁에야 생기롭게 일을 잘 할 수 있는 저녁형도 있다.

다시 말하면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시간대가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아침형 인간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생각 없이 추종하다가 점심때가 되기도 전에 멍청한 상태에서 하루를 혼미하게 보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며칠 전에 모임이 있어서 식당에 간 일이 있다.

1차로 고기를 구워먹은 후에 종업원이 식사 주문을 받았다.

공기 밥과 된장으로 통일하자고 제안을 했더니 누군가 반기를 들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시키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동의하여 취향을 택했다.

은연중에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물을 때면 왜 통일을 입에 담는지 내 스스로도 그 이유를 순간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분단 국가여서 통일의 염원이 그렇게 습관처럼 나온 걸까? 아니면 초등학교 때부터 줄기차게 불러왔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단어에 세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엉뚱하게도 내가 제안한 공기 밥과 된장이 아닌 냉면을 시켰다.

취향을 살리려니 여러 사람의 농담 어린 눈총을 받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식사가 끝나고 차를 주문하라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식사 주문 때 통일을 반대했던 사람이 커피로 통일을 외치고 있다.

순간 자신도 놀라고 있다.

또 통일을 부르짖고 있다니….

우리가 무심히 내뱉는 통일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몰개성(沒個性)에 이바지하는지 모른다.

분단된 국가라는 변명은 하지 말자. 획일적인 어떤 틀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해 주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야말로 가능성이 있고 건강한 사회이다.

구연옥 시인.덕촌보건진료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