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한국정치와 검찰

요즈음 신문.방송의 주요 톱뉴스는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수수와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의 부패천태만상이 검찰수사로 밝혀지거나, 아니면 의도성 폭로 후에 검찰이 비리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흘이 멀다하고 국회의원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구속되어왔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구치소에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자조성 탄식이 나올 정도다.

한국정치와 검찰은 역사상 지금처럼 대결의 국면을 조성한 적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너무 설친다고 하고, 가끔 최고권력자까지 나서서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심지어는 사면권 발동도 언론에 띠운다.

*막강 권한 한국검찰

한국검찰은 세계 각국의 검찰제도와 비교해 볼 때 그 어느 나라보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소추권 및 불기소결정권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 자체의 직접 수사권은 물론이고 검찰 외의 모든 수사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조직은 어떠한가. 전국 각각 지역에 지검.지청이 수평.수직 양방향으로 거미줄 네트워크를 구축해두고 있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엘리트출신의 검사만 1천200여명이고 검사 이외 수사관 등 인력이 6천명 이상으로서 국가기관 중 군과 경찰을 제외하면 검찰과 비견할 조직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검찰은 그 권한과 조직, 인력의 질과 양을 고려할 때 비무장조직으로는 국내의 제1기관이고 다른 어떤 국가의 검찰기관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

*정치부패 2가지 입장

이같이 막강한 한국검찰이 정치권의 비리.부패를 대하는 자세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정치권 내부의 일, 정치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는 검찰이 개입해서는 안되며 정치권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정치권이 수사를 자청하면 그때 검찰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른바 검찰 소극주의라 할 수 있다.

이 입장은 검찰은 정치기관이 아닌 만큼 정치에 너무 깊이 들어가 검찰권을 행사할 경우 국가 장래나 사회경제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데 논거를 두고 있다.

이와 반대 견해는 검찰 적극주의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똑같이 취급되어야 하는 만큼 정치권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수사권을 발동하여 정치권의 부패를 척결해야 검찰의 역할을 다한다는 주장이다.

역대 검찰은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터부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특히 집권중인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검찰 소극주의를 택해 왔고 간혹 맹렬검사들이 있어 칼을 대려하다가 정치권력에 의해 좌절된 경험이 많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국민들은 이래서 특별검사 도입에 쌍수를 들어 반가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검찰은 종래의 모습과는 다르고 입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 적극주의 정책이 검찰의 노선인 것으로 비치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할 것은 한다는 강한 의지를 수시로 표명하고 있다.

여론과 언론은 검찰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송짱', '안짱'이라는 애칭이 상징하듯이 말이다.

*政.檢 시소게임 관계

정치와 검찰은 시소게임 관계에 있다.

검찰에 무게가 실리면 정치는 공중에 뜨고, 정치로 무게가 옮겨지면 검찰은 가벼운 존재가 된다.

현 한국의 검찰은 언론과 더불어 검찰권을 가지고 한국정치를 개혁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지지를 받으려면 공정성과 엄밀성을 지켜야 한다.

집권치 못한 정치권에는 엄정한 수사를 펴고 집권측에는 그렇지 못하다면 검찰은 오래 지나지 않아 정치권에 의해 난타 당할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검찰은 여론이나 인기에 연연하여 또는 검찰조직이기주의에 빠져 정치권을 수술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황이 변하면 이 역시 정치권이나 여론에 의해 검찰이 매도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도 매우 중요한 기관이지만 그보다 정치는 우리와 후손의 현재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활이 걸린 역할을 맡고 있다.

정치는 검찰을 바로서게 해야 하고 검찰은 정치권의 오탁을 막아야 한다.

정치는 검찰을 아끼고 검찰은 정치를 존중하는 관계가 이루어질 날이 올 것이다.

이경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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