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자리 없는 음악인들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철기(33.가명)씨는 요즘 대구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음악인으로서의 부푼 꿈을 안고 돌아왔지만 대구 음악계에는 그가 '비빌 언덕'이 없었다.

김씨처럼 외국에서 수년간 음악 유학을 하고도 활동 무대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음악인들이 진로가 마땅찮은 이유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극심한 경제난과 취업난 때문에 음악을 배우려는 이들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먹고살기 힘든데 음악은 무슨…

종합대 음대만 해도 6개나 되는 대구.경북에서는 2년제 대학 졸업생을 포함해 연간 1천명에 가까운 음악인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진로는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대구시립예술단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다 대학교 강사 자리도 웬만한 실력과 연줄 없이는 꿈도 못꿀 정도이다.

음악인들의 주요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레슨 사정도 예전같지 않다.

이영재 계명대 초빙전임교수는 "음악을 배우려는 이들 주는데 강사는 많다"며 "요즘에는 교습료가 상대적으로 싼 대학생들로부터 레슨을 받는 중고생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음대 입학 경쟁률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전문 음악가로부터 교습을 받을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것이다.

#전문대 음대 미달사태 존속 위기

음악을 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대학들도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종합대학은 사정이 그래도 낫지만 전문대의 경우는 입학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며 음악대학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들이 입시 전형 내신성적 과목에서 음악 과목을 빼려는 움직임도 생겨나자 최근 대구 음악협회는 대구지역 각 대학교에 '내신 성적에 음악 성적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최영은 대구음협 회장은 "취업을 고려할 때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요즘 상황에서 시쳇말로 음악에 미치지 않고서는 음악을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가 서울 다음으로 음악 인구가 많지만 이처럼 음악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줄어들 경우 결국 대구 음악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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