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출 2백억불 금자탑 구미-(4)공단역사와 함께한 상가촌

구미시 공단동 순천향병원 앞쪽으로 형성된 상가건물들은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해 공단 변화에 따라 상권 흐름도 변하는 등 공단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특히 이곳 상가건물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로 형성돼 있다.

한 건물내에 음식점에서부터 술집은 물론 은행.병원.오락실까지 백화점식으로 온갖 업종들이 입주해 있다.

이는 주변 공단 근로자들과 사원 및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상업지역으로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원-스텝(One-Step)'식 상가로 자리잡은 것.

지난 20일 밤 10시 순천향병원 앞 상가들은 3교대 주간근무 근로자들이 업무를 마치고 빠져나오면서 새로운 활기로 넘쳐났다.

이미 초저녁 손님들이 한차례 썰물처럼 빠져 나간 자리를 이들이 다시 메우고 있는 것. 젊은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성냥갑같은 상가 건물 속으로 속속 숨어들고 있었다.

어떤 무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손국수집으로 향하고 또 한 무리들은 하루의 피로를 소주 한잔으로 씻기 위해…, 저마다 찾는 곳은 달라도 분명 이 곳은 200억달러 수출역군들의 삶의 또 다른 현장이다.

상가 곳곳은 금세 근로자들이 들어차 그들만의 밤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리온전기 근로자들인 김미영(22).정수연(24).김현숙(24)씨 일행은 고향이 모두 문경이지만 같은 회사내에서 일터가 달라 좀체 만나지 못하다 이날 작정해 약속,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소주방에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정수연씨는 "오늘은 술도 한잔하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볼 것"이라며 "이 곳 순천향병원 앞 상가는 공단 근로자들이 퇴근 후 한번씩 들르는 생활공간으로 시내 중심 상가에 있는 대부분 업종이 모두 다 있다"고 한다.

옆에 앉아있던 막내 김미영씨도 한마디 거든다.

"이 일대 상가건물에는 음식만도 전통에서 현대식 퓨전까지 다양하다.

시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이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그래서 김씨는 구미 시내 지리를 잘 모른단다.

제일상가에서 14년째 속옷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문종분(43.1층 자치회 총무)씨는 "이 곳의 주 소비층은 공단 근로자들이 90%정도 차지한다"며 "근로자들과 주변 사원.서민주택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업종들이 상가에 입주해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로 형성돼 공단역사와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구미 순천향병원 일대 상가들은 70년대 초반 1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하고 주변에 속속 사원아파트와 서민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상가건물만도 10여개가 넘고 입주 상가도 500여 곳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제일상가와 현대.동양상가 등은 신축된 지 벌써 20여년 가까이 됐으며 7년 전에 들어선 70여 상인들이 입주해 있는 금오상가가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게다가 상가건물 뒤쪽 골목길을 따라 100여곳의 포장마차촌이 길게 늘어서 과일.야채 등 생필품은 물론 떡볶이.튀김.우동 등 각종 간식거리를 제공해주고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 귀갓길을 재촉하는 손님들을 산낙지와 곰장어를 곁들인 선술집이 또다시 유혹하고 있다.

이들 복합상가에는 다방에서 커피숍까지, 소주방에서 칵테일바, 중국집과 해장국 식당에서부터 퓨전 레스토랑까지 누구나 입맛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들로 가득 들어 차 있다.

또한 은행, 치과 등 의원과 한의원에다 약국, 피부미용실.미용실 등 여성들의 필수공간은 물론, PC게임방.당구장.노래방.볼링장.비디오방 등 각종 오락시설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이 곳에는 남성전용휴게실.안마시술소.성인전용 게임방 등 성인남성들을 은밀히 유혹하는 업소들뿐 아니라 보석가게와 서점, 속옷 및 액세서리 가게, 편의점.담배포.공구점 등 먹을거리.입을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 30여가지 업종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8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신현수(42)씨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자연스레 각종 업종들이 입주해 한편으론 무질서하지만 공단 근로자들에게는 생활편의를 한 곳에서 해결해 주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공단 주력기업들이 3공단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곳 소비층도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고 했다.

공단 30년 역사와 함께 울고 웃는 또 하나의 수출주역들의 현장인 이곳 성냥갑같은 건물안은 오늘도 새벽까지 젊은 근로자들의 왁자지껄 웃고 떠들어대는 소리로 생동감이 흘러 넘친다.

공단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 곳 복합상가를 찾는 근로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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