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미국 대선과, 세계평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많지만 드러내 놓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도 남의 나라의 일이고, 남의 나라 대통령에 대한 예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필자는 부시는 꼭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부시 정권이 3년 넘게 한반도와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북핵문제가 그렇다.

클린턴 시절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교수립이 논의되는 등 순탄하게 진행되던 북미관계는 부시가 취임도 하기전에 대북강경 발언을 함으로써 하루아침에 긴장관계로 돌변하고, 남북관계마저 소원한 관계로 만들었다.

그리고 9.11테러가 발생하자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아붙였다.

북한의 김정일은 부시의 궁극적 목표가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는데 있다고 믿고 예의 벼랑끝 전술을 더욱 심화시켜 왔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동결했던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핵개발을 시도하는 등 미국의 강경정책에 강경으로 맞섰다.

북.미관계의 팽팽한 대치국면은 한반도에 조금도 이로울 것이 없었다.

남북화해 무드는 깨어지고 미래지향적으로 전개되던 남북경협 사업도 기운이 빠져 버렸다.

남북철도 연결, 개성공단 개발 등 모든 것이 미국의 눈엣가시가 되어 주춤하고, 금강산관광마저 시들해져 버렸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이 고작 2.9%에 불과한 것도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한반도의 불안에도 그 원인이 없지않다.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지역에 장기 투자할 외국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부시가 아니고 민주당의 고어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한반도의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쯤 남한의 상품이 북한의 열차에 실려 중국으로 러시아로 질주하고, 북한도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개방화돼 인민들도 배고픔에서 해방됐을 것이다.

부시정권은 또 우리에게 이라크 파병의 아픔을 떠안겼다.

부시와 그 주변 강경론자들이 일방적으로 벌인 전쟁터에 3천700명이나 되는 우리 젊은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야한다.

우리가 아무리 이라크 재건을 위한 파병이며,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고 미화한다 하더라도 이라크 땅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총을 들어야 할 명분을 찾기는 힘들다.

더욱이 한국군의 파병지 키르쿠크는 자살 차량폭탄테러가 잇따르는 데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후 북쪽에서 이주해 온 10만여명의 쿠르드족과 기존의 아랍족들간에 지배권 쟁탈전이 빚어지면서 내전 위험마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키르쿠크에 갈 한국군 3천700명은 미국, 영국군에 이어 파병규모가 가장 크기때문에 그만큼 인명 손상의 위험도 높다.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빈발한다면 반전.평화론자들의 반발과 함께 국내 정치권을 뒤흔들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한국을 비롯, 일본(1천명), 태국(840명), 몽골(130명), 필리핀(96명)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파병규모와 현지에서의 역할 등을 소개하면서 아시아의 군인들이 캄보디아나 동티모르 등에서 유엔의 깃발아래 활동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엔 미국의 지휘아래 활동하기 때문에 미국에 저항하는 반군들의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부시정권은 우리에게 북핵문제, 이라크파병 등 힘겨운 시련을 안겼을 뿐만아니라 세계평화와 안전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부시는 9.11테러로 손상된 미국의 자존심을 세계최강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하고, 이에 반대하는 유엔 및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우방들과 등을 짐으로써 세계질서를 극도로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오로지 자국에 대한 테러방지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자기들의 입장을 강요함으로써 우방들과 불화를 일으키고 세계인들을 불안케 한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국제적 기준이나 약속도 무시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미국은 이제 더이상 민주, 자유, 인권의 모범국이 아니다.

부시는 현재 미국에 저항하는 나라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서만 나무랄뿐 티베트, 체첸, 대만 등 소수민족의 자유와 인권문제엔 입을 다물었다

뿐만 아니라 부시의 호전적이고 일방적인 강경노선은 '애국법'을 만들어 미국 국민들의 입을 막고, 자유를 억압해 미국내에서도 불만과 불평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량살상무기의 허구성이 폭로되고, 이라크 주권이양 일정마저 불투명해지면서 민주당 대선후보의 인기가 부시보다 앞서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는 지금 미국이 민주, 인권, 자유가 충만한 세계평화와 안정의 선도국으로 되돌아 가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부시 정권에 반대하고,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성(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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