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탁발순례 떠나는 도법·수경 스님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 육신을 지탱하고 스승에

게 진리를 얻어 정신을 살리는 것이 탁발(托鉢)입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생명과

평화를 구걸해 볼 생각입니다".

생명.평화의 삶을 가꾸기 위해 1일 전국 탁발순례를 떠난 도법스님과 수경스님

을 전북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만났다.

지리산 실상사 전(前) 주지인 도법스님은 최근 한국전쟁 때 좌우이념 갈등으로

지리산 일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1천일 기도를 마쳤으며 불교환경연대 상임

대표인 수경스님은 지난해 '새만금 살리기' 부안-서울 3보1배(三步一拜)의 고행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민족의 어머니 산'인 지리산 노고단에서 탁발순례의 출

발을 고(告)하는 기도를 한 뒤 3년 동안 전국을 걸어다닐 계획이다.

전국에서 밥을 구걸하며 3년 동안 걸어다니는 고행의 길을 택한 이들의 표정은

두려움이나 망설임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밝았다.

다음은 두 스님과의 일문일답.

▲탁발순례는 누가 먼저 제안했나.

--(도법) 한국전쟁 때 좌우이념 갈등으로 지리산 일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

하기 위한 1천일 기도가 마무리돼 갈 때쯤이었던 것 같다. 생명.평화를 우리 삶에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던 중 수경스님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삼보

일배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내가 탁발순례로 대신하자고 했다.

--(수경)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는 우리 사회의 생명과 자연를 경시하는 분위

기를 모두가 함께 참회와 반성을 하자는 취지에서 나왔었지만 새만금에 대한 반대

투쟁만 부각됐다. 이 부분이 아쉬워서 생명.평화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

각하던 중 도법스님과 탁발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탁발은 너도 나도 유익한 것이

됐으면 한다.

▲이번 탁발순례의 취지는.

--(도법) 우리의 삶에 생명과 평화가 없고 백성들이 평화롭지 못하다면 부자가

되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나아가 통일이 된들 무엇하겠는가. 지금까지 우리

는 대립과 갈등의 문화 속에 살아왔다. 이런 문화를 생명과 평화의 문화로 바꿔나가

는 것이 이번 탁발의 취지다. 즉 사람들이 생명.평화를 삶의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노력할 것이다.

▲스님들이 떠나는 탁발의식이 불교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지.

--(도법) 동.서양의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옛 수행자들은 탁발이라는 고행의 삶

을 살아왔다. 우리나라 고전에서도 서양의 순례자나 선교자들을 탁발승이라고 지칭

하곤 했다. 이번 탁발순례는 불교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고 생명과 평화를 위하는 모

든 종교와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갑자기 삶의 가치를 생명과 평화 위주로 바꾸는 게 가능하나.

--(수경)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생명평화의 가치를 가꾸는 일은 가능.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이뤄야 하는 당위의 문제이다. 순례를 하면서 힘과 공격, 갈

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삶을 생명과 평화의 삶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노력한 만큼 그 자체가 성과다.

▲이번 탁발순례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도법) 우선 49일 동안 구례와 남원, 함양, 하동, 산청 등을 돌고 4.3사건의

비극을 간직한 제주도로 건너갈 것이다. 이어 육지로 건너와 전국을 돌며 생명.평화

구걸을 다닐 계획이다. 기간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날 것이다. 특히 율곡의 10만 양병설과

같이 생명평화결사 개인회원인 '평화의 등불' 10만명의 서약을 받을 것이다.

이들이 모여 목숨을 걸고 생명평화운동에 앞장선다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출발일을 3.1절로 잡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도법) 고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팔도유람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에 꽃피는 춘

삼월에 시작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또 3.1절이 상징하는 비폭력과 무저항이 우리가

지켜내려는 생명평화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