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사은 경쟁'에 주변 상권 '피멍'

롯데백화점 개점에 따른 지역 백화점들의 '제살깎아먹기식' 사은행사 경쟁이 자체 손실은 물론 로드숍, 재래시장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지역 상권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백화점들은 지난해 사흘에 이틀꼴인 영업일수의 70%를 사은행사로 진행, 사은행사의 의미를 퇴색케 했고 이 때문에 지역 자영업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

동성로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례없는 백화점 사은행사로 동성로 로드숍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한 의류상가 판매사원 손은경씨는 "옷을 구입해 놓고 다시 찾아와 백화점에서 살 거라면서 환불해가는 손님이 일주일에 한 두명은 된다"며 "이런 경우 마진을 줄여서라도 할인해 주겠다고 해도 대부분 막무가내로 환불해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성로 한 남성의류 전문점에 따르면 이달들어 하루평균 매출액이 20만원이라는 것. "하루 300만~40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인건비, 임대료 등을 감당해 겨우 현상 유지가 가능한데 이런 식의 매출이 계속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허탈해 했다.

※로드숍 매출 절반 '뚝'

롯데백화점 앞 교동시장 부근 로드숍과 보세가게 거리도 마찬가지. 상인들은 롯데 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선 이후 길거리 상권이 눈에 띄게 무너졌다고 했다.

12년째 이곳에서 여성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혜란씨는 지난해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하소연했다.

신씨는 "지난해는 영업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해"라며 "백화점에서 이런 불공정한 경쟁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세 의류가게가 모여있는 일명 야시골목은 점포의 15~20%정도 문을 닫았다.

백화점들의 이러한 과당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손실 비용이 소비자 물가에 포함돼 결국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스포츠전문브랜드 르까프 김성효 팀장은 "백화점에서 매일같이 사은행사를 하게 되면 업체에선 백화점에서 사은행사를 하면서 로드숍을 위해 각 회사가 자체 사은품을 내놔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포함될 것"이라며 "롯데백화점이라는 외지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제살 깎아먹기일 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을 다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재래시장도 죽을지경

재래시장도 울상이다.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번영회 윤종식 회장은 "백화점 행사를 시작했다 하면 바로 10~20%정도 매출 차이가 나는데 지난해에는 거의 매일 사은행사를 진행해 전반적으로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4지구 한 이불상회 사장은 "백화점들은 바잉파워를 이용,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재래시장은 있으나마나"라며 "정상물건으로 고급화를 지향해야 하는 백화점이 재래시장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어 살아남기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백화점들이 과다 경쟁으로 인한 사은행사 등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계명마케팅연구소 곽주완 소장은 "현재 백화점들은 시장 영역을 뺏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어 백화점 뿐만 아니라 지역상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사은행사가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없는 만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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