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복 한벌 20만원…저소득층 '발동동'

'뭘 입고 학교 가지'.

중.고교의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교복구입이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오랜 불황 때문에 상당수 학부모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데다 '교복 물려주기 운동'과 '교복 공동구매 사업'까지 퇴색하고 있어 저소득층 가정의 중.고교생들은 교복을 구입하기가 한층 어려워진 것.

올해 대구 ㅎ여고에 진학한 딸이 있는 김모(44.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20만원이나 하는 교복값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교복값이 정부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자신에게 주는 보조금의 한달치에 맞먹기 때문. 이때문에 김씨는 학교측에서 헌 교복이라도 구입해보려 했지만 몇 년전부터 실시되던 교복물려주기 운동이 폐지됐다고 했다.

이곳저곳 수소문해 이웃에게서 겨우 교복을 물려받아 한시름 놓았지만 이도 잠시. '새 교복을 구입해야 한다'는 학교의 통보를 받았다.

교복의 모델이 올해부터 새로 바뀐다는 것.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휴학했다가 올해 다시 복학한 소년가장 김모(18.대구시 서구 비산동)군도 교복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학교측에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신입생 위주로 나눠주다보니 자신에게 돌아올 교복이 없었던 것.

어쩔 수 없이 예전에 자신이 입던 교복을 다시 입으려고 했지만 껑충 커버린 키때문에 9부 바지가 되어버린 교복을 바라보는 김군의 어깨는 한없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처럼 교복지원이 절실한 대구시내 중.고교 학생은 4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대구시내 각 학교가 지난해 교복 물려 주기 사업을 통해 지원한 교복수는 1만여벌에 불과했고 올해 역시 이 수준에 그쳐 많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교복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참교육학부모회가 이들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교복 공동구매 사업도 저렴한 가격에 교복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 참가를 희망하는 학교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정영하 협성고 교사(교복물려입기 담당)는 "IMF 이후 중.고교로 확산되던 '교복 물려 주기 운동'과 공동구매 사업이 최근 새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소비 심리, 매출을 늘리기 위해 헌 교복을 매입하는 일부 업자의 상술과 맞물려 점차 사라지면서 빈곤가정 청소년들의 교복 구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절약도 하고 입학의 기쁨도 두배로 누릴 수 있는 이들 운동이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사진: 경기불황여파로 학생들의 교복구입 부담을 덜수있는 교복물려주기행사를 확대해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월 대구 협성고교의 교복물려주기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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