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문성근과 대구의 정치

문성근과 명계남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연예인이다.

특히 문성근은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서, 연기력 뛰어난 영화배우로서, 또 KBS 시사프로의 진행자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한 인물이다.

문성근이 노 대통령 출마를 계기로 일부 연예인을 이끌고 매우 상징적으로 연출된 정치 기획을 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의 홍위병이 되자'는 명계남의 구호, '4.15선거를 시민혁명으로 이끌자'는 문성근의 구호 속에는 노 대통령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한 맺힌 그 무엇이 있다.

그러한 그가 한나라당의 '차떼기 모금'을 빗대어 열린우리당을 위한 '차떼기특별당비' 전달식을 연출하였다.

이로써 노 후보를 당선시킨 뒤 '정치는 않겠다.

영화에 매진하겠다'는 그의 말은 한낱 거짓이 되었다.

KBS의 윤리규정까지 위반하면서 감행한 그의 선택이었다.

문성근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정치 감독이 되어 정치게임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지금 문성근은 개혁정치가 아닌 분열 정치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는 안 하겠다'는 그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득표 기계로 사용하려는 배후 정치 세력은 그를 피해자로 만들었지만, 여권 내부의 비판 세력이 되지 못하고 또 다시 '선전대장'으로 변신한 그는 분열의 가해자를 자처하고 있다.

과거 문화계 종사자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일제와 독재정권에 앞장선 적이 있었다.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할 권력 앞에 '전위대'로 나선 연예인의 운명은 예나 지금이나 '관변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지금 지역에서는 자기 분야에서 변변한 업적 하나 쌓지도 못한 사람이 '개혁의 중재자', '민주화의 기수', '분권의 전도사'를 자처하다가 특정 권력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는 얘기다.

문성근은 자신의 차떼기를 '아름다운 차떼기'로 포장하겠지만 이 지역의 '정치 연예인'들은 시민들을 위해 어떤 '차떼기 거리'라도 마련했는지 서글프기조차 하다.

전영평(대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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