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
'원자재 난'때문에 노동시장도 얼어붙었다. '3월 설해'처럼 느닷없는 원재재난때문에 일용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생계터전인 건설 현장이 잇따라 공사 중단에 들어간 때문이다.
▲인부가 사라진 건설 현장
7일 오후 3시,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대규모 아파트 공사현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사 소음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불러왔던 이곳은 요즘 적막한 모습이다. 2006년까지 4천300여 가구가 들어서야해 현장 곳곳에 철근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야 하지만 구경조차 힘들다. 시멘트 반죽작업이나 철골 거푸집을 짜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장 관계자는 "현장 가동률이 30%도 되지 않아 600여명에 달하는 현장 인부를 절반 이상 줄였다"며 "철근 여유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아 조만간 공사를 '올스톱'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 오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곳은 원자재를 본사에서 단체로 구매하기때문에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
중소업체가 시공하는 인근의 아파트 공사현장은 청소 인부 몇명만이 움직일뿐 아예 공사가 중단돼 있었다.
이곳 공사 담당자는 "원자재가 오는 날은 공사를 하고, 오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는 하루살이 공사를 하고 있다"며 "회사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인부들은 쉬는 날이 더 많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얼어붙은 인력시장
이로 인해 일용직의 하루가 시작되는 '인력 시장'에는 꽃샘 추위보다 더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8일 새벽 5시, 대구시 서구 노원동 팔달시장 삼천리 주유소앞 인력시장.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인력시장이다. 70여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지만 구직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 6시를 넘기자 인부를 구하러 온 승합차가 몇 대 왔지만 대부분이 비닐하우스나 상여꾼을 찾는 차량들. 오전 7시가 넘자 시장은 파했다. 그러나 이날 새벽 돈벌이가 비교적 괜찮은 건설현장에 불려간 사람은 고작 3, 4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용 근로자 최해용(29.대구시 북구 관음동)씨는 "새벽 4시에 나와 기다렸는데 일자리가 없다"며 "'혹시나'하는 마음에 매일 이곳으로 나오고 있지만 벌써 10여일째 계속 허탕만 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대구의 일용직 근로자가 10만여명이 넘는데 최근의 원자재 파동으로 인한 공사 중단때문에 이중 60-70% 정도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특히 3월은 건설현장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달이어서 이들의 고통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 장기화
원자재 파동은 향후의 일자리 창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불러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건축 허가된 건수는 739동, 연면적 42만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417동, 95만1천여㎡의 절반 수준.
이는 대구지역이 부동산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건축 경기가 위축된데다 건설자재 품귀현상까지 겹친 탓이다.
대구시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보통 2, 3월에 건축허가가 집중돼 4, 5월부터 착공 러시를 이루는데 올해는 건축허가 신청 자체가 썰렁하다"며 "건축 경기가 나빠지면 납품업체 등 400여 관련 업체와 공사현장 일자리 등에 영향을 미쳐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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