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시민들이 국내 원자재난을 돕기위해 고철 수집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한편에서는 철제품 도난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어 고철 수집운동마저 무색해 지고 있다.

멀쩡한 공장경비용 컨테이너를 뜯어 가는가 하면 도심의 맨홀 뚜껑, 교통표지판은 물론이고 농장에 세워진 철주까지 닥치는 대로 훔쳐가고 있다니 정말 한심스럽다.

사실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고철수집운동이 철원자재 확보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지난해 연말 일본의 고철상들이 자금을 대량 투입, 국내 고철을 한차례 거둬간데다 국내 수집 고철이 철강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정자치부까지 나서 고철수집을 독려하는 등 고철 수집운동을 범 국민적으로 펴는 것은 IMF를 능가한다는 어려운 국가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뿐만아니라 도시 주변이나 농촌 들판에 방치된 철제물을 수거함으로써 환경보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새마을 부녀회 등 시민단체들은 도시뒷골목과 농촌들판을 뒤지며 열심히 고철을 수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맨홀 뚜껑을 수백개 씩이나 훔쳐가고, 농장 철주를 뜯어 간다는 것은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맨홀에 행인이 빠져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며, 도난 당한 철제 때문에 농민들이 폐농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다.

맨홀 뚜껑이 대량으로 도난당하고 교통표지판이 뜯겨 나가자 일부 시.군에서는 공무원들을 동원 야간 감시활동을 벌이고, 맨홀 뚜껑을 시멘트 제품으로 교체하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드는 인력과 자금 낭비도 문제지만 좋은 뜻에서 출발한 고철 수집운동이 자칫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라 하더라도 공공시설물을 훼손해서야 되겠는가. 몰지각한 시민들의 자숙과 함께 관계당국의 생계형 범죄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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